학교에서도 포기하고 스스로도 포기할 뻔했던 문제아들이 백두산을 올랐다.
백두산에 올라 “감동”
중국측 백두산 산정에서 북한쪽을 바라다보던 아이들의 눈은 이내 하나둘 가느다란 실눈으로 변했다. 생각에 젖어, 감동에 겨워…. 그리고는 몇 번이나 가슴 가득 숨을 들이쉬는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참 잘 왔지』 『…』
잇따르는 답이 없다. 조용한 끄덕임만이 메아리로 돌아올 뿐.
대안학교인 청주 양업고등학교(교장=윤병훈 신부)와 북한동포에게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마음을 모은 신자들이 만든 「한겨레영농법인」(대표=황용연 신부)이 중국 길림성 화룡시 현지에서 마련한 「북한돕기 감자캐기 봉사활동」에 참가한 70여명의 양업고 학생들은 그렇게 처음 「조국」과 「민족」이라는 체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이 체험학습에 나서게 된 것은 두 신부의 의기가 투합하면서였다. 굶주림 속에 생을 마감하는 북한동포를 한명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일념에 5년 전부터 중국에 감자농장을 일궈 북한으로 실어보내던 황신부가 우연한 기회에 자리를 함께 하게 된 윤신부에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동포애를 심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중국 현지농장의 감자 수확을 제안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특성화 교과과정」으로 채택된 감자 수확작업에 자원한 학생들은 9월 17∼23일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사흘간 감자 수확작업을 벌였다.
20만평, 지평선 밖에 보이지 않는 농장에서 학생들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허리가 끊어질 듯한 아픔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었다. 그 길은 마치 십자가를 앞세운 다시 태어남의 길과도 같았다.
자신들이 손수 캔 감자 1200자루(62톤)를 실은 트럭 행렬 앞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는 눈물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통일.이웃사랑 되새겨
감자 수확작업을 할 때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는 박고은(미카엘라.17.고1)양은 『한낱 간식거리로 치부해 버리던 감자가 북한동포들에게는 생명이라는 생각에 우리의 땀이 밴 감자가 주린 형제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길 기원하며 작업에 임했다』며 『통일과 형제애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감자 수확 후 학생들은 청산리대첩의 무대인 길림성 일대와 안중근 의사 사적지 등 항일 유적지를 돌아보며 「민족애」라는 자신들 속에 자리한 「사랑」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일정을 정리하며 백두산에 올라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민영(고3, 20)양은 『경사진 산비탈까지 개간을 할 정도로 급박한 두만강 건너 북한의 모습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며 『주위의 가난한 이들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병훈 신부는 『청소년들이 가난과 사랑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함께 어울려 사는 건강한 삶을 배우게 된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교회와 민족을 위한 자신의 몫을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하느님의 자녀를 양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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