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창작에 있어서 평생을 일관된 자기양식을 밀고 나가는 작가와 끊임없이 변화를 흡수하며 실험적 작업에 대한 평가를 마다않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는 후자라고 할 수 있지요』
늘 새롭고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하기로 유명한 윤명로(아우구스티노.66.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화백이 오랜만에 지방팬들을 위한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10월 17~31일 대구시 대봉동 갤러리 신라에서 마련된다. 출품작들은 2000년 개인전에서 처음 표제로 내건 「겸재예찬」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왜 「겸재」인가. 겸재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를 탄생시킨 정선의 호이다.
윤화백은 『겸재예찬은 「우리 것을 예찬한다」는 뜻으로 고유의 것을 찾고자하는 의도로 제시된 화두 정도로 받아들이라』고 설명한다. 눈만 뜨면 수많은 이미지들이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들이라는 것이다.
출품작은 100~1000호에 이르는 대작 20여점. 화면 가득 용솟음치는 인간군상과도 같고, 산인듯 물인듯 흘러넘치는 형상들이 꿈틀대고 또 숨을 뿜는 듯 하다.
『산이라고도 바다라고도 볼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그 잎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존재, 바람, 향기 혹은 절대자의 손길이 표현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려는 욕심일까요?』
윤화백은 주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신의 조합」 즉 색채 공간 면 선들의 관계 안에서 어울림이 그림으로 창조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독특하게도 철분이다. 단색이지만 철분의 변색이 주는 변화는 수묵산수화처럼 맑고 담백하다.
『이제는 더욱 비워진 상태에서 붓을 들고 싶습니다』
그는 화가 평론가 교육자 등 1인 5역 이상을 소화해온 지난 시간에서 벗어나 「그림의 본질」을 더욱 고민한다고 말한다.
대구 전시회 이후에는 부산과 광주 순회전도 마련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미국 전시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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