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데레사.77)씨가 30대 나이에 쓴 첫 연애소설.
당시 보수적 사회분위기의 인습과 관념을 무너뜨리는 자유연애 이야기와 빠르고 흥미로운 내용 전개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책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1960년대 여성지 「여원」에 발표된 바 있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사실상 묻혀 있다가 43년만에 빛을 보게됐다. 최근 MBC-TV에서 아침 연속극으로 방영중인 「성녀와 마녀」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주인공은 여성의 삶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에 반항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 「형숙」과, 사랑과 결혼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란」.
작가 박씨는 자의식 강하고 독립적인 형숙을 악녀로, 순응적인 하란을 성녀로 세워놓고 이들의 삶을 비교하면서 순응과 복종의 척도로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보수적 사고방식에 문제 제기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서, 여성의 삶을 대변해온 박경리. 그의 문학 속에서 여성은 늘 아름답고 강하게 태어났다.
이번 초기 작품에서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 특유의 감성은 여지없이 돋보인다.
작가는 잘못된 가치관에 정의 내려진 여성상에 반기를 들었고, 또 이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독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박경리/인디북/276쪽/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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