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한국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해 세계 교회를 향한 「나눔의 교회」가 될 수 있기를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교황은 이후에도 자주 직.간접적으로 『박해의 시대에서 복음 증거의 시대를 열라』고 한국 교회를 독려해 왔으며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크레센치오 세페 추기경 역시 재삼 『한국교회가 하느님으로부터 풍성한 선물을 받은 만큼 아시아 복음화 및 세계 복음화에 힘써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기대들은 한국교회가 이제 더 이상 지역 변방 교회로서가 아닌 삼천년기에 돌입한 보편교회 안에서 주체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소명과 책임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파푸아뉴기니 첫걸음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은 실제로 한국교회 안에 「나누는 교회」로의 관심을 증가시키는 배경이 됐다.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 신자들을 사목하는 방안으로 교구나 수도회별로 사제 수도자들을 파견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상황에서 1975년 주교회의 춘계 총회를 통해 「한국외방선교회 설립 안」이 가결되면서 방인 선교회 사제 양성을 시작, 마침내 1981년 파푸아뉴기니에 선교사제를 파견하는 등 보편선교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은 한국교회로서는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행사를 계기로 세계 교회의 관심 속에 민족 복음화 열의와 함께 외방 선교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게 됐던 것이다.
이후 교구 수도회 별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열의가 이어졌고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수도회 중심으로 선교지역과 대상이 더욱 다양해 지는 한편 대북 선교 바람을 타고 중국 러시아 등 공산국가들을 비롯 그리스도교 국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서구 유럽 지역에도 복지분야 등을 통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2002년 한국천주교 교세통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광주 대구대교구를 비롯 9개 교구에서 29명의 사제들을 해외에 파견중이며 남녀수도회 사도생활단에서 보낸 선교사 수는 외국인을 포함 460여명에 이른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에서 170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돼 가장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를 하고 있었으며 남아메리카 지역이 90명 정도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유럽 아프리카 대륙 순서로 선교사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큰 것은 지리적인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과 함께 아시아 대륙이 지니고 있는 선교 가능성 및 중국 북한선교를 겨냥한 각 수도회들의 준비 및 거점 활용 등의 이유가 큰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선교사들의 봉사 활동 분야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여자수도회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참여하고 있는 부분은 본당 빈민 원주민 청년 노인사목 및 의료 유아원 양로 사업 활동, 은퇴 노사제들을 돌보기, 사회 홍보 사도직 생활 나눔 등 20여종에 이른다.
국내도 신부가 부족한데?
한국교회가 나름대로 해외 선교에 대한 노력과 활동에 관심을 넓혀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현지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 외방선교는 아직 초보단계라는 의견과 함께 또 그런 만큼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고 전 교회의 열의가 포함돼야 함에도 전반적으로 무관심 속에 놓여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수도회 교구간 선교사 파견에 관한 정보나 나눔의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선교사 양성 교육이나 선교지에서의 경험들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지도 못하고 활용되지 않는 경향도 크다.
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선교에 대한 교육 및 인식 부재 현상이 크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해외선교」 「외방선교」 라는 말에서부터 생소함을 느낄뿐만 아니라 선교를 단순히 「새로운 예비자 권면」 차원에서 의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나라에 선교사를 파견한다는 것에 대해 손실감 마저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사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파견할 여유가 있느냐』는 실망감을 가진다는 것. 이외에 강한 지역주의적 폐쇄성과 함께 보편 교회의 선교 행진에 동참하려는 노력도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배경민 신부는 『해외 선교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고 전하고 『그동안 받아만 오던 심성에서 나눌 줄 알고 개방될 줄 아는 심성으로 변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배신부는 또한 『103위 순교성인들의 영성을 바탕으로 얼마만큼 오늘날 요구되 는 참된 선교 사제를 양성해 내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선교는 왜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에서는 『해외선교 없이 교회의 사명은 그 근본적 의미를 상실할 것이고 그 사명을 증거하는 표본을 상실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선교의 역동성은 교회들 사이의 교류를 촉진하고 그들을 세상에로 향하게 하고 다방면에 풍성한 결실을 가져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교회가 선교 사제를 양성 다른 나라에 파견하는 것은 한국 교회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실제 한국교회의 지난 1980년대를 돌이켜 볼 때 외방선교에 관심을 돌리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국내의 민족 복음화 열기도 함께 뜨거워졌음을 기억할 수 있다.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세계화를 통해 전세계 민족들간의 새로운 나눔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데 선교사들은 각 지역교회를 통해 교회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민족간 연대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즉 선교의 활성화를 통해 교회는 인류 안에 새로운 관계를 놓고 세계 교회는 하느님안에 한 가족이라는 복음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신부는 『한국은 이제 경제 문화적으로 지구촌 안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교회 역시 세계 교회안에서 같은 비중의 기여와 헌신을 요청받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이들과 신학생 수도자들이 풍부한 인적 요건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며 세계 선교를 향해 발벗고 나서야 함을 일깨워 주는 징표』라고 덧붙였다.
이론과 체험 교육 필요
칠레교회에서 10년여간 현지인 사목을 경험했던 김종근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 등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 해외선교를 전담하는 기구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교구 수도회를 초월, 선교에 나서는 이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선교 현지에서는 고국 교회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편 귀국 후에는 그 경험을 나누며 이를 한국 교회의 것으로 체화시킬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미 선교사들 경우 5년전부터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한국 선교사회」를 자체적으로 결성, 서로 경험을 나누고 있다』고 들려준 김신부는 『그런 자리만으로도 격려와 힘을 얻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고국 교회의 지원이 조금만 가해진다면 열의는 더욱 충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신학교 교과 과정에 선교학의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제로 양성될 이들이 신학교에서부터 보편 선교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선교에 대한 이론과 체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에콰도르 생활 17년 한용완 신부
“일치통해 형제애 나누죠”
▲ 한용완 신부
7년만에 휴가차 고국을 찾은 한신부는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 노력과 관련 『무엇보다 시대의 감각과 흐름에 뒤져서는 안된다』면서 『즉 강한 교회가 약소국가들이 교회를 종속시키는 식민지 형태의 교회를 건설하는 모순을 배제하고 일치를 통한 형제애를 나누고 상호교류를 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주님의 뜻에 따라 보편적 구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간 수도원간 문을 열고 해외 선교의 문제를 협조하며 상호 보완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제안한 한신부는 『각 단체에서 파견된 한국 선교사들이 그 지역교회를 이해하고 융화되어 진정한 문화적 복음화를 실현하도록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하며 결코 파견된 지역이 소속 교구나 수도회의 분원이라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가 떠나던 1986년 한국 선교사들이 해외선교에 파견된 사람들은 불과 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선교지에서 필요한 사전지식을 설명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만큼 그동안 교구나 수도회, 수녀회에서도 경험 부족으로 새로운 지역교회 내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아픈 시행착오를 감수해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초창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남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는 이제 나누는 교회의 모습으로 보편선교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미 교회안에서 생활하며 『참으로 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다』는 그는 『남미 형제 자매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새로운 기쁨으로 희망하며 기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다』면서 『선교사는 그곳에 안주하는게 아니라 항상 떠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처럼 이제는 정말 아시아나 아프리카 다른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각오가 되어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