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이들은 복도 많네요. 여러 면에서 문제 있는 가정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이잖아요. 아이들은 좋겠어요』 라는 말씀을 방문하시는 분들께 자주 듣는다. 아이들을 혹여 보시게 되면 『이렇게 빛누리집에서 사는 것을 복인 줄 알고, 열심히 공부하고,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잊지 않고 건네신다. 대답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 같은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을 나는 이내 알아 챌 수 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범위 안에서 본다면 그런 가정에서 사느니, 「여기 사는 것이 복이다」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사는 것을 복으로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갈까? 그럴까?
아이들과 사는 이 사도직에서 해야 할 작업은 아이들에 대한 내 관점에서의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이런저런 것을 갖고 누리고 싶다는 불만을 토로하면, 그 자체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노라네!」하며 은근히 배은망덕(背恩忘德)하게 생각이 들었다. 「짐승도 자기를 돌봐주는 주인에게 은혜로 답을 하는데, 인간이 말야…」하면서 밉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두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친구들과 비교한다. 좋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이런 가정 공동체에 산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저 싫고 창피해 한다. 이는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고, 이런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감정에 힘겨워하며, 그 집(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우리 빛누리 아이들도 그 생각 안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이 드는 사춘기에는 더욱 자신과 친구를 비교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시설에서 산다는 느낌과 놀림을 친구들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민감하다. 「빛누리집」이라는 간판이 있는 집에 들어오는 것에 주위를 살피기도 하고, 전화 받을 때 『빛누리집입니다』라는 말마디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모르고 있던 친구들이 자신이 이런 시설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지금은 간판을 떼어 여느 가정집 같아도,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아도, 덩그러니 떨어져 살고 있다는 현실에서 어떠한 위안과 배려도 아이들에게 여전히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누가 살고 싶겠는가? 그것도 어린 나이에 말이다.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워 밥을 굶어도 가족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배은망덕」이니, 「섭섭하다」는 느낌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사치스런 기대일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다」는 느낌이 사뭇 사로잡히다가도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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