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붙잡혀 갔던 아이들은 나보다 어렸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1910년부터 70년대까지 호주에서는 「동화정책」이라는 명목으로 10만명의 원주민 혼혈아들을 가족과 격리, 집단양육시켰다. 이들은 수용소에 갇혀 영어와 기독교 신앙을 강제로 교육받고 소위 「문명화」돼 결국 백인가정의 하녀로 살아가야 했다.
영화 「토끼 울타리」는 엄마를 찾아 이 집단시설을 탈출한 어린 소녀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몰리, 데이지, 그레이스. 가난하지만 따스한 가정에서 자라던 세 소녀는 어느날 경찰에 의해 2400여km나 떨어진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다. 눈앞에서 아이를 뺏긴 원주민 엄마는 자기 머리를 돌맹이로 짓찧으며 통곡한다.
엄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삼엄한 관리와 추적에도 불구하고 수용소를 탈출하도록 이끌었다. 잡히면 무참한 채찍질과 감금만이 그들을 기다린다. 먹을 것도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나선 아이들에게 유일한 길잡이는 「토끼울타리」. 이 울타리는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토끼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소녀들은 이 끊없는 철사 울타리를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영화에서 보이는 메마른 대지의 광활함은 우리가 흔히 그리는 호주의 아름다운 풍광과는 거리가 멀다. 순간순간 그려지는 부모와 자식간의 애틋한 그리움, 침묵속에서 커다란 눈망울을 빛내는 표정은 수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모든 인종을 초월해 가장 근원이 되는 부모와 자식간의 애절한 사랑이 가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족에게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
집요하게 그들을 뒤쫓던 일명 「개코」라는 경찰 앞잡이는 먼 사막을 보며 한마디를 던진다.
『보통내기가 아니예요. 그 멀고 험난한 길을…. 그렇게도 집에 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대장정의 탈출 이후로도 2번이나 수용시설에 끌려가야했던 몰리가 마지막까지 이야기한 것은 「가족은 희망」이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