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도 잘 하고 기술도 배웠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요. 한국사람들 정말 너무합니다』
경기도 마석의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인 팜씨(38)는 얼마 전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고용허가제법 통과 후 4년 이상 불법체류자의 강제출국 조치가 발표되면서 96년 한국에 온 팜씨도 대상자가 됐다. 그 동안 팜씨는 월급 대부분을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의 치료비로 송금했지만 당장 귀국하면 먹고 살 일부터 걱정이다. 베트남에는 아직도 한국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는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팜씨는 잘라 말한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조선족 염상광(가명.33)씨는 고용허가제법이 발표되자 한국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공사현장 사람들은 고용주가 아니라며 취업확인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고,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상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11월 15일까지 확인서를 받지 못하면 염씨는 강제로 출국 당할 수밖에 없다. 염씨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송출업체에 빚진 돈은 1500만원에 달한다.
정부가 4년 이상 불법 체류자와 4년 미만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체류자를 11월 16일부터 단속하겠다고 발표하자 고용허가제법 개정을 요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반발과 강제로 출국 당하는 이들의 딱한 사정이 줄을 잇고 있다.
사업주의 무관심과 행정당국의 준비 소홀로 합법체류 구제대상 22만 7000명 중 취업확인서를 받은 노동자는 이번 달 초까지 2만명 선. 11월 15일까지 취업확인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년 이상 체류 노동자들도 겨우 자리를 잡고 일을 하려는 시점에서 출국해야 한다는 데 반발하고 있고, 영세한 중소기업에서는 숙련공을 내보내면 당장 공장 문을 닫을 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 CLC 부설 이주노동자 센터 김소령 사무국장은 『4년 이상된 노동자들의 경우 「갈데까지 가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단순히 노동력의 수급논리로만 외국인노동자들을 폄하하고 강제 출국시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서울 노동사목위 가리봉 이주노동자의 집의 한 관계자도 『정말 고향에 가고 싶어 출국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도 없다』며 『출국하지 않고 계속 일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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