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25주년을 맞은 바티칸의 10월은 갖가지 기념행사들로 분주했다. 15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교황 재위 25주년 행사들과 특히 19일 거행된 마더 데레사 수녀의 시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를 찾은 순례객들은 로마, 바티칸을 축제와 기도의 장소로 들썩이게 했다. 재위 25주년 기념 행사와 마더 데레사 시복식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어찌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0월 16일 거행된 기념미사 강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던 당시의 심경을 밝히며 『인간적으로 말할 때, 어찌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하고 말했다. 교황은 당시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직무가 지닌 그 엄청난 책임과 의무의 무게를 느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황은 이어 『교황직을 수락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교황 재위 25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
교황은 기념미사 강론 원고의 말미를 주님께 바치는 기도로 장식했다. 이 기도문에서 교황은 특히 자신의 교황 재위 25년 동안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봉헌한다고 기도했다. 교황은 기도를 통해 『온 교회의 유일한 목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께서 맡겨주신 백성들을 위한 나의 모든 직무의 열매들을 당신께 봉헌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이어 『잘못된 것을 용서해주시고 좋은 것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하고 『모든 것은 당신의 위업이며 당신의 영광 뿐』이라고 기원했다.
▨ 25년 전 그 자리에서 기념 미사 거행
교황은 25년 전인 1978년 10월 16일 저녁, 교황으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티칸의 발코니 밑에서 재위 25주년 기념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기념미사에는 전세계에서 온 250여명의 추기경들과 120개국의 각국 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많은 주교단, 그리고 각국 대표단들이 참석했다. 고국인 폴란드에서는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 마더 데레사 시복식, 30여만명 운집
가난한 이들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의 시복식이 열린 성 베드로 광장에는 무려 30여만명의 군중이 몰려들어 데레사 수녀에 대한 인종과 계층, 종교를 넘어선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500여명의 사랑의 선교회 회원들이 흰색에 푸른 줄이 있는 고유의 사리식 수도복을 입고 참석했으며 맨 앞줄에는 3500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초청돼 자리를 잡았다. 시복식에는 또 동방교회 대표단과 알바니아의 2개 이슬람 공동체가 초청돼 참석했다.
▨ 시복 선언에 환호
교황은 시복식 미사가 시작되면서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마더 데레사를 새로운 거룩함의 모범으로 제시해주셨다』며 마더 데레사의 시복을 선언했다. 캘커타 대교구장 루카스 시르카 대주교가 교황에게 캘커타의 데레사를 복자위에 올려 주기를 청한데 이어 마더 데레사의 간략한 이력이 소개됐다.
이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마더 데레사를 복자로 선포하자 침묵 가운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많은 순례자들은 뜨거운 환호를 올렸다.
▨ 인도 춤과 노래로 경축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서 시복식은 인도의 전통 춤과 노래들이 펼쳐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됐다. 이어 젊은 여성들이 마더 데레사의 유해를 제단 앞까지 옮기는 행렬이 이어졌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마더 데레사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모든 인간적인 논리를 거스르는 사랑과 봉사의 여정을 걸었다』고 치하했다.
이날 시복식 미사에서는 성찬의 전례에 이어 인도의 전통적인 경배 형식에 따른 예식이 거행됐는데 갖가지 색의 사리를 입은 인도 여성들이 꽃과 불을 봉헌했다. 교황은 9월 5일을 마더 데레사 축일로 선언했다.
이날 미사는 50개국에 생중계로 방송됐고 시복식 미사에 초청된 가난한 사람들은 미사 후 사랑의 선교회 총장인 니르말라 수녀와 바오로 6세 홀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표지”
마더 데레사의 뒤를 이어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니르말라 조쉬 수녀는 시복식에 즈음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데레사 수녀의 시복식은 『우리도 모두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표지』라고 말했다. 데레사 수녀가 타계하기 6개월 전인 1997년 3월 후임으로 임명된 니르말라 수녀는 『데레사 수녀의 시복은 그의 삶과 행적이 하느님께 옳게 보였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며 『마더 데레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표지』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