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유행하던 홍콩 영화 제목 같은 이 단어가 요즘 우리나라 경제 문제,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단어가 내포한 함의의 반대편에서 제기되고 있는 또 하나의 구호가 「토지 공개념」인 듯하다. 터무니없이 치솟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내놓은 초고강도의 정부 대책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침범할 위험성이 있는 토지 공개념을 표방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진행 중이다. 물론 「강남 불패」 신화가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자신의 힘으로 정당하게 일해서 부를 축적하고 거주지를 선택한 시민들을 비난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서울 강남이라는, 매우 독특한 사회경제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병폐, 작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병리적인 정신 상태에 대해 주목하는 동기로 삼는 것이 오히려 신앙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강남 불패」라는 말은 오히려 「부동산 불패」라는 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
『돈이 좀 있으면 뭐니뭐니 해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건 누구나 가진 생각입니다. 문제는 돈이 없다는 거죠.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십수년이 걸리는 것이 서민들인데 여분의 집 한 채를 어떻게 마련하겠습니까?』(서울 상계동 김종수씨, 40세)
『아는 사람이 여윳돈으로 사둔 주택이 재개발되면서 두배 장사를 했습니다. 거나하게 술 한잔 얻어먹었지만 솔직히 배 아프죠』(서울 영등포 박기훈씨, 53세)
재테크로서 부동산의 매력은 시종일관이다. 집 사두고 손해 봤다는 사람들은 별로 보질 못한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은 돈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게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많은 공인 중개사들은 『요즘은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집값이 화제이고,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어떤 지역에 어떤 집을 사두면 값이 얼마나 오를지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근거를 댈 줄 안다는 것이다. 한때 전 국민이 주식 투자 열풍에 휩싸여 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턱없이 오른 집값은 거품이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거품의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경제 연구소들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실물 경기와 무관한 이러한 집값 상승은 결국 거품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는 염려이다.
집값 상승, 서민 소득 박탈
집값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역시 서민들이다. 집값 상승이 가져오는 실질 소득의 박탈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은 극에 달해 있다.
98년 이후 집값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게 움직여 왔다. 2001년 전국 도시의 주택 가격은 9.9%, 특히 아파트 값은 14.5%가 올랐고 2002년에는 16.4%, 아파트는 22.8%가 올랐다. 올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4.7%, 아파트는 6.5%가 상승했다.
98년 12월 이후 4년 9개월 동안 아파트값은 평균 2배가 뛰었는데 이는 지난 1987년부터 91년 사이 4년간 1.3배 가까이 오른 것에 육박한다. IMF 외환 위기 이후 가뜩이나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데 부동산 값 상승이 크게 기여한 것이다.
부동산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든 그렇지 않든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집이라도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그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물질적 풍요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한 칸 주택조차 마련하지 못해 변두리를 전전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몇 년을 벌어봐야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할 길이 없는 서민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에 끝없이 올라가는 사글세 내느라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 그나마 벌이가 없고 몸은 노쇠해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거처에서 짐승처럼 사는 노인들도 있다.
사람이 자기 몸을 누일 자리를 가질 권리에 대해 교회는 언제나 강조해왔다. 이미 구약성서는 희년에 대한 규정을 언급하면서 자기 땅이 없는 이주민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땅을 빼앗긴 가나안족의 후예나 이주민들은 고용인들 밑에서 품을 팔아 생존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율법은 그들의 취약한 지위를 특별히 보호한다(출애 20, 20). 땅은 하느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 여전히 한 칸 주택조차 마련하지 못해 변두리를 전전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예수나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모두 사유재산과 이윤의 추구를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한 재화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넉넉한 재화를 소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했다(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69항).
집과 관련해서도 그리스도교 교회는 열악한 주거 환경과 주택의 결핍에서 오는 비인간적인 환경을 염려하고 우려했다. 「사십주년」은 55항에서 『현재의 경제적 상황과 그중에서도 특히 수치스러운 주택 여건이 가족 유대와 가정 생활에 얼마나 장애가 되고 있는가』를 지적했다.
「사회적 관심」은 17항에서 저개발국의 비극적 상황으로 주택 문제와 실업을 지적하면서 『주택의 결핍은 그 자체가 극도로 심각한 문제일 뿐더러, 그 성격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또는 단순하게 인간적이라 할 일련의 그 모든 과오들의 표지 내지는 요약』이라고 말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을 매개로 한 투기성 부의 축적은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야기한다. 또 전 국민의 부동산 열풍은 우리 사회로 하여금 재화의 올바른 축적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한다. 이제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를 우리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회는 재화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유재산제를 인정하지만 재화의 공정한 분배와 부의 올바른 활용을 그 앞선 원칙으로 삼는다. 따라서 재화, 특히 토지나 주택과 같은 경우 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교황 요한 23세의 회칙 「어머니요 스승」은 114항에서 효과적인 분배에 대해 강조하면서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풍부한 사유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115항에서 구체적으로 부동산, 주택 등의 사유 재산에 대해서 특별히 지적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목헌장」은 69항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지상 재화」를 주제로 삼아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며 이어 71항에서 『사유 재산 자체가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재화의 공동 목적이라는 법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회회칙 「사회적 관심」은 17항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택난이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는 인간의 발전이 이룩되지 못한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