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따르릉∼』 『예, 모현입니다』
반갑게 인사하는 전화 너머로 가늘고 기운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상담을 하려고 하는데, 실은 제가 위암말기인데….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병원에는 가고 싶지도 않고』
환자분은 수술도, 항암도, 방사선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병원의 진단을 듣고,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임종을 맞고 싶어서 모현에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팀 모임시간에 의뢰경위와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방문을 결정하였다.
우리는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방문해 암으로 오는 통증과 증상을 조절하고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인간답게 선종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다. 우리의 방문은 대중 교통과 도보를 이용한다. 복잡한 길을 찾아 집에 도착했을 때, 환자와 가족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처음 만난 환자분은 다리가 많이 부어있었고, 배에는 복수가 차있어 숨쉬기도 어려워 보였다. 환자분은 몇 년 전에 이혼한 상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아직 어린 자녀들 걱정에 심리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볼 때에는, 어리긴 하지만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 환자분의 딸도 함께 동행해 진행상황에 대해 의논하였다.
항암도, 방사선도 확률이 적다고 해 더 이상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는 대신에 아이들과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로 결정하였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림프부종으로 인한 다리 부종을 위해 림프 마사지를 해드리고, 통증조절과 구토증상을 위해 약을 투약했다. 약 투여로 인해 환자는 통증과 증상이 조절되어 가족들과 목욕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셨다. 그러나 임종이 가까워짐에 따라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해 졌다. 우리는 1주일에 한 번 방문을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밤에도 방문했다.
어느 날 밤 딸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수녀님, 저희 엄마가 숨이 많이 차세요』 통화내용을 볼 때 환자분의 임종이 가까워진 것 같아 상체를 편하게 올려 드리도록 한 후, 나를 포함한 3명의 수녀가 그 밤 달려가 가족들과 함께 임종을 지켜 드렸다. 환자분은 가족들의 기도 속에서 편안하게 선종할 수 있었고, 가족들은 환자분을 편안하게 보내 드릴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 분의 예수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우리는 환자분을 예수님으로, 그의 침상을 갈바리로 생각하며 성모님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는 수도자로서 오늘도 울리는 전화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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