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핵심요소중 하나가 선거입니다. 그러나 최근 비자금 정국을 보면 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좀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많은 문제가 선거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라, 결과를 우선하는 가치관의 혼란, 법과 규정 보다는 집단의 힘과 큰 목소리가 우선하는 모든 것들이 선거와 무관치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들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선거란 좋은 이상이겠습니다만, 인간의 조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볼 때 우리가 좀 더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뭔가는 모르지만 이러한 부정적 모습을 차단하면서 선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중 투표가 아닌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성전정화 사건을 전해 줍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유다인들만 들어가는 이스라엘 마당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방인 마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오늘 복음의 배경이 되는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판매하고 환전상들이 있던 장소는 이방인의 마당이었습니다.
여기서 상인들은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팔고 환전을 해주었는데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한 점이 있는 제도였습니다.
첫 번째 편리한 점은 순례자들이 먼 곳에서부터 살아있는 제물을 가져 올 필요가 없이 가까운 곳에서 제물을 구입하여 봉헌할 수 있기에 이는 경제적 시간적으로도 매우 편리한 제도였습니다.
그리고 환전도 이스라엘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당시 통용되던 로마은전과 그리스 은전에는 인물상과 황제 숭배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성전세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은전인 세겔로만 성전세를 바침으로써 자신들의 유일신 신앙을 지켜 갔고, 이러한 결과가 환전이 필요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환전과 상행위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두 가지 모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는 상행위와 환전 자체에서 오는 어두움입니다. 환전과 상행위의 이면에는 이익창출이라는 마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이익창출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요, 인간 삶의 필수 불가결한 무엇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이익이라는 면만이 강조되고 여기에 자제되지 않은 인간의 욕심이 가세할 때 너무나 많은 폐해가 발생합니다. 이익만을 탐하는 자리에는 하느님과 이웃, 사랑과 신심이 차지할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검은 관계입니다. 성전에서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허가받은 자들의 몫입니다. 그러기에 필연적으로 임대차와 관계하여 검은 돈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오가게 되고, 또 사제들과 성전관리자들은 성전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입한 예물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율법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성전 시장의 독점을 가져오게 만들고, 검은 공생관계에서 얻어지는 이득은 검은 거래의 당사자들이 나누어 배를 채웠던 것입니다.
때문에 성전과 성전시장은 편리와 실용이라는 그럴싸한 포장 뒤에 인간의 물욕과 검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정부패의 장소였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성전을 「강도의 소굴」이라 질타하고(마태 21, 13)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은 이러한 배경에서 상인들을 쫓아내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예수님의 행위는 상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간사함에 대한 경고요 동시에 인간이 가지는 끝없는 욕심으로부터 성전을 정화하여 성전이 가지는 첫 의미의 회복, 하느님이 당신을 드러내시고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 구원을 체험하는 거룩하고 사랑이 넘치는 성전의 본 의미를 회복하고 싶은 당신 열정의 표현입니다.
오늘 우리는 특이하게 교황의 주교좌요, 전세계와 로마 교회의 어머니요 머리인 라테라노 대성전을 봉헌한 사건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특이한 축일을 준비하면서 왜 사람이 아닌 봉헌사건을 축일로 지내는가를 생각하다 그 이유를 성전을 지으면서 가졌던 첫 마음,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첫 지상교회 신자들이 가졌던 아름답고 열정적인 첫 마음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성전이 지향하고 가꾸어야 할 이상적인 성전의 모습이 바로 성전을 봉헌하면서 가졌던 그들의 첫 마음에 스며있고, 또 인간의 이기심에 때 묻어 있는 「개인」과 「공동체」로써의 오늘의 성전이 자신이 비출 거울을 첫 마음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해 후 첫 공식 성전을 봉헌하는 현장에서의 마음으로 오늘의 성전 모습을 반성해 보는 한주간의 삶이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