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탈리아 문화원과 이탈리아 대사관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교황 재위 25주년을 맞아 10월 31일 오후 2시 한국외국어대학교 애경홀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나의 두 번째 조국」을 주제로 전세계 40개국의 이탈리아 문화원을 중심으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국내 종교 지도자들이 본 교황의 모습에 대한 증언과 함께 교황청 홍보실 부실장인 치로 베네뎃티니(Ciro Benedettini) 신부와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 한홍순 교수(한국외국어대 대학원장)의 특별강연 등이 마련됐고, 행사 후에는 소프라노 체칠리아 김이 출연한 음악회와 리셉션이 이어졌다.
■ 인류에 대한 25년간의 열정/치로 베네뎃티니 신부
129개국 방문 ‘위대한 여행가’
▲ 치로 베네뎃티니 신부
요한 바오로 2세는 평범한 인간에게 다가가며 교황상을 변화시켰다. 근세기의 일종의 교황 신비주의와는 달리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대화하기 위해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갔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교황은 위대한 여행가로 129개국을 방문했고 이탈리아의 도시와 지방에 143회 순방했고, 로마의 301개 본당도 방문했다. 방문하기를 원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1984년과 89년에는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 연설 중 인간 존엄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교황은 살아오면서 나치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전체주의를 경험했다. 그는 인간 존엄성의 경시, 자유의 부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교황은 순방을 하면서 독재자들과도 악수를 했다.
교황은 수단이나 쿠바, 나이지리아, 미국 등 누구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인간 존엄성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교황은 특히 모든 인권의 근원에 생명에 대한 권리를 두었고 인간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장소인 가정을 강조했다.
세계 평화는 25년 동안 교황의 끝없는 걱정거리였으며, 교황은 『전쟁에 반대하는 전쟁』을 치러왔다. 하지만 교황은 이상적, 감상적인 평화주의자는 아니었다.
국제적 위기 속에서 교황은 평화의 수호자로 나섰다. 제1차 걸프전 때 교황은 쿠웨이트 침략을 비난하고 전쟁에 반대했다. 유고슬라비아의 전쟁에서는 평화주의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는 인도주의적 개입을 제시했다. 2001년 9.11테러와 그로 인한 전쟁 상황에서 교황은 반 이슬람운동에 반대하고 「예방전쟁」을 거부하고 진정한 평화 운동을 설파함으로써 평화의 수호자로 인식됐다. 교황은 『정의 없이 평화 없고 용서 없이 정의도 없다』고 말한다. 교황은 저격범을 공개적으로 용서하고 교도소를 방문해 용서를 보여주었다.
어떤 면에서 용서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범주에 속한다. 교황은 용서를 유토피아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는 정치적 방법의 합리적 혁신으로서 제안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항상 종교간의 대화를 추구했다. 평화 수호를 위해 종교가 할 수 있는 중대한 역할을 통찰했기 때문에 아시시에서 세계종교회의를 조직했다.
■ 아시아 상황에 비춰본 교황의 사회사상/한홍순 교수
“진정한 발전은 연대성 안에서”
▲ 한홍순 교수
교황의 관심은 종교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간 사회, 세상을 향해 있으며 그리스도인들은 지상의 현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사회경제체제에 관해 교황은 인간 존엄성의 보장이라는 「인간주의적 기준」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로운 노동, 기업, 참여의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교황은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것을 우상화해서는 안되며 도덕률에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황은 현대의 「진보」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세계경제질서는 기아와 영양실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발전은 물질적 차원에서 정신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의 모든 차원을 포함한다고 이해하며 「더 많이 갖는 것」보다 「더욱 사람됨」을 강조한다.
진정한 발전은 연대성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연대성은 공동선을 위해 이웃과 협력하도록 하는 견고한 교량이다. 연대성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자세를 바꿔야 한다. 교황은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근본적으로 현대 세계의 죄의 구조에 기인한다고 본다. 회개는 죄의 구조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행동과 사고방식 또는 존재 양식의 변화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연대성이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한다. 이 선택은 죄의 구조에 대항하는 선택이다.
아시아 대륙은 교황과 가톨릭 교회에 큰 도전을 제기한다. 빈곤과 불평등, 사회악이 만연한 아시아 대륙이지만 긍정적인 희망의 징표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은 아시아 교회에 아시아 문화와의 대화, 아시아 종교와의 대화, 아시아의 백성들, 특히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라는 삼중의 대화에 나서라고 권고한다. 이러한 대화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황의 사회사상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선의의 모든 사람과 협력해 연대성에 투신하라고 권고하며 그러한 투신은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국내 종교 지도자들이 본 교황
개신교 백도웅 목사 “미소만으로도 사람을 위로”
천도교 김철 교령 “민족 화해와 통일에 관심 감사”
원불교 장응철 교정원장 “인간 존엄 수호 노력 감동”
정진석 대주교 “연약한 모습서 더 위대한 힘 보여줘”
가톨릭 교회 외의 우리나라 이웃 종교의 지도자들도 한결같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인류와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특히 한국과 우리 민족에게 보여준 깊은 관심과 애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 백도웅 목사
백목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종교를 넘어서 인간의 삶 세밀한 곳까지 이해하고 보듬는 이 시대의 위인』이라며 『지금은 비록 노쇠한 육체로 어려움을 겪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더욱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분』이라고 말했다.
천도교 김철 교령은 교황에 대해 『가톨릭 교회의 아버지이자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희망』이라며 『특히 한국 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위로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데 대해 한국의 이웃 종교인으로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철 교령은 또 『지난 1984년 첫 방한 때의 만남을 기억한다』며 『다종교 사회인 한국을 이해하고 모든 이웃 종교에 실천적인 모범을 보임으로써 종교인들간의 대화와 협력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원불교 장응철 교정원장은 『직접 교황을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평소부터 존경하는 지도자』라며 『교황의 건강과 가톨릭 교회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경축의 뜻을 전했다.
장응철 교정원장은 이어 『교황 즉위 후 전세계를 방문하며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선포하는 행동하는 교황으로서 칭송받고 있다』며 『늘 우리를 깨어있게 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평화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헌신, 겨레의 염원인 남북 화해를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 정진석 대주교
정대주교는 『평화의 사도, 세상의 양심, 정의의 거울로 일컬어지는 교황의 위업은 초인간적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연약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연약한 그 모습에서 더 위대한 힘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 10월 3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애경홀에서 열린 교황 재위 25주년 기념행사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