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말기에 병원에서 퇴원하신지 얼마 되지 않은 할머니는 우리가 방문오기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계셨다. 모든 환자분들이 그렇겠지만, 누군가 자신의 통증이나 영적인 고통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지 기다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 나는 할머니로부터 새로운 믿음을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 왜 아프신데 병원에서 퇴원하셨어요? 우리를 어떻게 믿고 퇴원하셨어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도 믿는데, 왜 수녀님을 못 믿나요!』
할머니의 답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우리를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퇴원을 하셔서 누군가 자신을 돌보아 주리라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분은 이미 우리의 돌봄을 받고 계시던 환자 가족분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나는 이 첫 방문에서 우리를 믿어주는 마음에 너무도 감격해서 마음이 무척 뛰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에 있을 환자분들을 위한 가을 소풍에 할머니를 초대했다. 할머니는 흔쾌히 승낙하셨고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밤에 보호자가 『할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어떻게 도와 드려야 할지 몰라 전화를 드렸어요』 라며 전화를 하셨다.
우리는 전화를 끊고 할머니댁을 방문하였다. 우리가 방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무엇인가 손과 발을 움직이며 하고 계셨다. 할머니의 동작을 보아 미싱을 하면서 옷을 만드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 할머니 옷 만드세요?』 라고 묻자 할머니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할머니께 『할머니, 할머니 옷 그만 만드시고 따님이 만들어 놓았으니까 편안하게 소풍가세요』라며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그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며, 미싱 일을 계속 하고 계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우리가 더 정을 나누기도 전에 우리보다 먼저 진짜 하늘공원으로 소풍을 떠나셨다.
못난 나를 믿어주고, 우리팀을 믿어주신 할머니의 마음에 환자분들이 우리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시는 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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