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녀원에 입회하던 그날을 기억하세요? 몹시도 반대하시던 아버지 몰래 도망가듯 대문을 나선 저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지요? 아버지가 달려 오셔서 저를 잡을까 두려워 달리듯이 집을 나섰기 때문이에요』(최주영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천주교 수녀, 불교 비구니, 원불교 교무 등으로 구성된 기도 공동체 모임 삼소회(三笑會) 회원들이 세속을 떠나 종교에 귀의하게 된 사연을 진솔하게 고백한 에세이집 「출가」(도서출판 솝리/280쪽/1만원)를 펴냈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자신의 출가 과정과 동기에 대해 입을 여는 일은 드문 일이기에, 이들의 가슴 에이는 사연들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책에는 남몰래 간직해 온 속세와의 인연을 끊을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최형일 교무(파주교당)는 출가 결심을 밝혔다가 평생 선비 같이 점잖던 아버지에게 주먹으로 두들겨 맞아야 했고, 자살을 결심했던 양요순 수녀(서울포교성베네딕도 수녀회)는 올케의 출산 과정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 수녀원의 문을 두드렸다.
딸의 출가를 극구 말리던 진명 스님(불교방송 「차 한잔의 선율」 진행자)의 아버지는 문득 딸이 보고 싶어 무작정 암자로 찾아왔다가 누더기 적삼을 입고 있는 딸을 보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황망히 산을 내려갔다고 한다. 반면 윤명숙 수녀(노틀담 수녀회)는 수녀가 될 것을 권하는 아버지가 섭섭하고 서러워 몇날 며칠을 울고 지내다 뒤늦게 입회를 결심했다.
혜조 스님(서울 청룡사)은 16세 때 『너는 중이 되어야 해』라는 한 스님의 말을 듣고 얼마 후 스스로 머리를 밀었으며, 혜명 스님(전남 무안 용주사)은 자신의 출가 후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1년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접해야 했다.
이밖에도 수록된 모든 글에는 출가의 아픔을 넘어서 참다운 수도자로 살겠다는 큰 다짐들이 녹녹히 배어있다.
김지정 교무(도서출판 솝리)는 서문에서 『수행자들은 성자의 미소를 닮고 성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 안으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세속에 남겨두고 출가를 했다』며 『다양함 속에 하나 되는 인류 가족을 꿈꾸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우리의 작은 원을 담아 띄워 보내드린다』고 적었다.
한편 이 책의 출판 수익금은 전액 이라크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여질 예정이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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