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은 늦가을 정취를 가장 여유롭게 즐길 때다. 이즈음 평소 학업에 밀려 찾아보지 못했던 우수한 가톨릭 문화의 현장을 또래 혹은 가족과 함께 답사해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나라에도 파리 노틀담성당, 로마 시스티나 성당과 같이 최고급 예술가들의 신앙과 예술성으로 역사와 가치를 더하는 종교예술 공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도심 내, 문화산책길로도 적합한 자연 속 공간들을 소개한다. 국내 최고로 손꼽힌 작가들의 성예술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아름다움」을 통해 가톨릭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료 혹은 저렴한 입장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미술의 보고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도심 속 성미술의 보고로 특히 서울 명동.혜화동성당을 꼽을 수 있다. 사적 제258호로 지정된 명동성당(02-774-3890)은 웅장한 고딕양식의 성당 안에 장발 화백의 14사도 초상화를 비롯해 베네딕도상, 79위 복자화, 교황 청동 부조상, 유리화 등의 성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성당에서는 컬러사진을 겯들인 소개책자도 판매한다.
혜화동성당(02-764-0221~2)은 입구에서부터 구석구석 예술품이 가득하다. 화강석 부조 「최후의 심판도」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103위 순교복자성화」가 소장된 곳도 바로 이곳. 김세중, 장발 화백을 비롯해 권순형.김종영.이남규.이종상.최종태 교수 등 한국 미술계 최고 작가들의 작품이 총집합돼 있다. 백동 사료전시관에서는 옛 제구, 제의 등을 비롯한 전례예술품들도 만날 수 있다.
혜화동성당을 찾았다면 근처 가톨릭대학교 성신캠퍼스 성신관 내 전례박물관(02-740-9707)도 볼만하다. 한국 민속문화유물과 가톨릭교회 유물들을 연대와 종목별로 정리 보관하고 있다. 예술작품관 민속자료관 등의 전시관에 한국 고대 중세의 토기, 민속품 등 3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12시에 무료 관람할 수 있다.
한강변의 가을 경치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또 하나의 문화예술 집합소로 절두산 성지(02-3142-4434~5)를 꼽을 수 있다. 현대 조각작품을 비롯해 교회사 관련 유물, 문헌자료, 민속품을 비롯해 다산 정약용이 그린 초상화 산수화 동물도 화조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입장료는 1000원.
고딕양식의 석조 건물인 춘천 죽림동성당(033-254-2631)에는 송현섭 신부, 전명수 수사, 최봉자 수녀, 최종태, 김영섭, 오경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청동 부조로 만든 성당문, 신구약 성서 22개 사건을 유리화로 꾸며 놓은 창 등이 눈길을 끈다.
▶종교예술공간
수려한 자연, 어우러진 종교예술공간도 다양하다.
특히 충북 제천에 위치한 배론성지(043-651-3408)는 유명 가톨릭미술가회 회원들이 솜씨를 발휘한 빼어난 작품들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고요한 성지 분위기에 구학산 백운산 연봉에 둘러싸인 수려한 경관, 예술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원도 평창 대화성당(033-334-2122)은 겉보기에는 아담한 양옥같다. 「예술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건립 당시부터 특화해 예술품이 가득하다. 한진섭 변승훈 김남용 등의 유명작가들이 혼신을 기울여 꾸몄다. 특히 단일 공간으로는 국내 최대 크기의 분청 도자기 벽화도 만날 수 있다.
경북 울진 북면성당(054-783-1965)은 동해안 7번 국도변 서쪽 언덕에 위치해 쉽게 눈에 띤다. 바다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형태와 노출 콘크리트, 토석 벽돌로 처리한 마무리로 중세 건축물 같은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 내부에는 조광호 신부 작품의 유리화와 성가정상, 제대 벽화, 조각가 이정구씨의 십자가 등이 있다. 성당 뒤로 넘어가는 붉은 가을 노을도 장관이다.
전주 치명자산 산상성당(063-285-5755)은 해발 300m 산 정상 바위 암벽에 세워진 한국 최고(最高)의 성당이다. 제대 전면을 채우고 있는 남용우 화백의 모자이크 벽화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성당까지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기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는 단풍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