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한 신학적 재해석
우리는 지난 2주간에 걸쳐, 욥기가 모색하고자 한 진정한 기능을 정(正)반(反)합(合) 이론을 통해 알아보았다. 저자는 고통이 죄의 결과가 아니며, 오히려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만나게 하는 은총이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인간 본연의 현실(한계를 가지고 있는 죄인이며,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을 깨닫게 하는 지혜의 장이라는 것을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고통에 대한 신학적 재해석을 시도해 놓았다.
혁명적 시도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고통을 「긍정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누구도 예외 없이 마주해야 하는 삶의 딜레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긍정적 시각은 「십자가상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의 절대적 신조를 준비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유다 사회 안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던 신명기적 사고는 신약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영향력은 무엇보다도, 율법학자들과 기득권층(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의 지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미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에게, 자신들의 호화롭고 안락한 생활을 스스로의 선행과 바른 생활에 대한 축복의 결과라고 설명하는 신명기적 인과율보다 더 기특하고 충성스런 논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에 더욱 절대권을 실어주기 위해서 그들은 상대적으로, 나병환자, 창녀, 세리, 불임 여인, 소경 등을 부정한 이들이라고 치부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라고 규정된 그들은 철저히 격리되어 존재해야할 이들이었고, 죄인에 상응한 모욕과 천대, 소외 무시를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이러한 폭력적 시선과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그들 죄인과 한자리에서 먹고 생활하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완쾌시켜주신 예수님의 모습은 분명, 당시의 기득권층과는 대립될 수밖에 없던, 그러나 욥기의 의식과는 분명히 한 연장선에 서있었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시아관의 변화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그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메시아관」과도 직결되어있었다. 이스라엘이 전통적으로 기다려왔던 메시아는 고통(억압과 가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 그리고 죄와 악의 결과인 고통을 영원히 없애주실 분이었다. 유다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할 수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고통스러운 모습」(십자가)으로 죽음을 당했다는데 있었다.
그 고통스러웠던 죽음의 현장은 예수님이 절대로 메시아일리 없다는 증거였고, 오히려 저주받아 마땅했던 인물이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나자렛 사람 예수를 두고,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입장(그리스도교)과 정치범이라고 폄하한 입장(유다교)의 첨예한 대립은, 바로 이러한 고통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다.
유다인들은 아직도, 그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제시한 욥기적 사고방식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적 정식을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리스도는 고통을 없애 주시러 오신 분이 아니라, 그 어떤 고통 중에도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써 그 고통을 극복하게 하시고, 결국 고통을 넘어서는 구원(부활)에로 이끄신다는 종말론적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을 가지고 있는 고통
태어나는 것에 동의한 바 없는데 태어난 것처럼, 많은 관계와 사건들도 내 허락이 없이 불현듯 다가온다. 돌연히 들이닥친 문제들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지만, 「모든 문제는 동시에 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나와 통합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던 내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마주하게 하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므로, 고통은 계속될지 모른다. 나의 진정한 얼굴이 하느님의 얼굴(모상)을 닮았다는 것을 알게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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