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머니를 만난 것은, 통증조절이 되지 않는 어머니를 본 아들의 연락을 받고서였다. 처음 만난 할머니는 머리가 아프다며 하얀 천으로 머리를 꽁꽁 싸매고 계셨고 발가락 사이사이도 동여매고 있었다.
『할머니, 머리는 왜 그러고 계셔요?』
『머리를 꽁 묶어 놓으면 안 아프거든』
할머니는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셨고, 아프지 않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통증 없이 죽게 해달라고 애원하셨다. 아들과 며느리는 어머니의 증상조절(오심, 구토)과 통증조절이 잘 되기를 바라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할머니 옆을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한 4개월 동안 여러 가지 힘든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남는 것은 임종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임종을 앞둔 어느 날, 할머니의 위급함을 알리는 연락이 와서 우리는 급하게 방문을 나갔다.
밤늦게 도착한 우리를 보고 할머니는 『사람도 아녀』라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라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내용인 즉, 밤늦게 방문한 우리들이 할머니의 눈에는 사람이 아닌 천사와 같았던 것이다. 문득, 할머니의 말씀에서 「아! 이것이 우리의 삶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아들의 위급한 전화를 받고 다시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임종 중이셨다. 그래서 딸과 며느님과 함께 할머니를 목욕 시켜드리고 새 옷을 입혀드린 다음 손녀에게 작별인사를 하도록 격려했다. 손녀들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좋은데 가세요」 라고 인사했다. 손녀딸들의 인사를 받은 할머니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도록 말씀드리고 돌아왔다. 다음날 새벽에 할머니의 임종을 알리는 전화가 왔고 아들은 어머니께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생각하게 됐다. 대가족 사회였던 과거에는 집에서 어른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켜 볼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핵가족화로 인해 집보다는 병원에서의 임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연히 죽음을 접하는 기회가 적어 죽음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은 아이들까지 할머니의 임종을 지킴으로써 죽음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임을 알고 자신의 죽음 또한 준비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처럼 갑작스런 사고들이 많은 세상에서 죽음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며 산다면, 죽음이 더 이상 두려움의 존재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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