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말씀」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가장 좋은 길라잡이다.
한국 교회에서도 각종 성서모임을 비롯해 성서 읽기.쓰기와 강의해설, 성서가훈, 성서좌우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말씀의 생활화」를 꾀하고 있다. 또 시청각자료나 인터넷을 통한 성서교육 및 묵상나누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성서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성서주간(11월 23~29일)을 맞아 한국 교회 성서사도직 단체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 현황
한국 교회에서는 각 수도회별로 도입한 성서모임을 시작으로 성서사도직이 활성화돼 왔으며 각종 모임 참가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또 각 본당, 기관단체,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 최근에는 내적쇄신과 소공동체 활성화 등에 발맞춰 교구 차원의 성서생활화 독려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체적인 성서모임으로는 우리나라 첫 성서생활화운동인 「가톨릭 성서모임(영원한 도움의 성모회)」을 비롯해 「대구어버이성서모임(성베네딕도 대구 수녀원)」 「바오로 성서모임(샬트르 성바오로 수도회)」 「성서못자리(서울대교구 사제단)」 「성서백주간」 「시청각통신성서(성바오로딸)」 「여정 성서모임(까리따스 수도회)」 「우리성서모임(동정성모회)」 등이 있다. 또 「청년성서모임」은 서울대교구의 청년 신심교육 프로그램으로 최근 인천 수원 대구 전주 청주 등 타교구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묵상을 통한 대화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톨릭성서모임」은 현재 가장 널리 퍼진 성서모임으로 꼽을 수 있다. 「바오로 성서모임」 「여정」 「어버이 성서모임」 「성서못자리」 「성서백주간」 등은 강의 위주로 진행되며, 성바오로딸 수도회의 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을 비롯해 생활성서(까리따스), 성서와 함께(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야곱의 우물(바오로딸) 등 통신과 전문 잡지룰 활용해서도 성서말씀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호응을 얻고 있는 성서 생활화 방법으로 교회의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독서법인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가 있다.
교구별로 눈에 띠는 성서사도직 활동으로는 소공동체를 활용한 성서 생활화를 들 수 있다.
춘천의 경우 소공동체 모임을 위해 교재 「좋은 이웃」을 발간해 묵상 및 나누기를 돕고 있다. 수원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성서공부 단기과정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 아울러 대부분 교구들이 소공동체용 복음말씀나누기 자료를 배포하고 관련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인다.
또 안동교구는 자체 개발한 교재를 활용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서 중심의 교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전교구는 시각장애인 재소자 예비신자들의 성서 모임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많은 교구에서 노인들의 성서모임 및 피정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도 각 교구 가톨릭대 평생교육원, 신학원 등의 정규 교육과정과 교구 성서대학, 성서교실 등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본당이나 동호회별로 이뤄지는 성서읽기와 쓰기, 인터넷을 통한 성서이어쓰기 등도 꾸준히 늘고 있다.
- 과제 및 제언
성서 관련 전문가들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성서사도직 활동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체험이 없는 지식 차원의 공부와 변화없는 생활」을 지적한다. 성서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이유는 말씀을 생활과 연결해 실천, 즉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성서학자 정태현 신부(전주 팔마본당)는 『많은 신자들이 체험이 담긴 말씀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서 본문을 충실히 접하기보다 문제풀이나 여타 조직 중심으로 활용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규 과정으로 체계화 된 성서모임에 참여하는 한시적인 경우에만 말씀의 생활화에 집중하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또다른 어려움으로는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성서 관련 교재가 턱없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 성서못자리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서모임의 자료는 오래 전 번역된 것이거나 외국의 것을 활용하고 있다. 서양에서 활용되는 교재들은 텍스트를 분석해 메시지를 파악하려는 경우가 많아 관상 체험 등이 위주인 동양인의 심성과 맞지 않는 때가 있다.
교육의 정도나 경제적 수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서 프로그램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 현재 봉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성서모임 등은 시골본당이나 미약한 기관단체에까지 속속들이 파급되기가 쉽지 않다. 신자들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며, 기존 해설서 등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교구에서는 성서사도직 전담을 두기보다 여타의 사목직과 겸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전국적인 전문 성서연구소도 없는 상황이어서 성서사도직의 전문화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시대는 영성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깊은 체험과 깨달음은 성서말씀을 통해서 가능하다. 지식의 유희가 아닌 진정 「성서에 맛들이기」 위해서는 생활 안의 구체적인 체험과 성서본문을 꾸준히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서사도직의 전문화를 꾀함으로써 기존 성서모임들의 장점을 적극 살려 지원하고, 더욱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내용들을 일생 동안 단계별로 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가정에서부터 성서를 습관적으로 접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본당별 프로그램을 비롯해 연령과 단계별 특성에 맞는 성서모임 등을 마련해 보편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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