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많이 기다리셨죠, 할머니』
겨울이 성큼 다가선 11월 중순, 겨울나기 준비에 여념이 없던 경기도 화성 고주리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요한의 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이날 「요한의 집」을 방문한 봉사자들은 다름 아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김홍진 신부) 소속 직원들.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온 작업복과 작업화로 갈아입는 모습이 꽤나 익숙한 모양새다.
작업반장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은 이들은 이내 삽과 곡괭이, 호미 등 저마다 필요한 작업도구들을 챙겨 들고 일터로 향한다. 「요한의 집」에서 해야 할 작업은 겨울을 앞두고 배수시설을 정비하고 조경을 하는 일로 비전문가가 봐서도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최선생! 여기 좀 도와줘요』
배수관을 묻던 박중빈(마르코) 부장의 도움 요청에 최근주(토마스 아퀴나스) 계장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온다. 서너명이 도랑에 달라붙어 한동안 진흙탕과 씨름을 하고 나서야 배수관이 모양을 드러낸다.
배수관을 묻고 다지는 작업에는 이날 함께 온 전 직원이 달라붙어야 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들자 노파심으로 지켜보던 김도칠(요한 바오로.71) 할아버지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번진다.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서주니…』
작업을 마무리하던 직원들은 할머니가 따라주는 물 한 사발에 하루의 고됨을 잊는다.
사회복지회 직원들이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직원회의 때 산하 시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하는 기쁨을 나누자는 데 마음이 모아지면서부터였다.
일부러 평소에 찾기 힘든 먼 곳을 택해 매달 둘째 주 수요일에 봉사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에는 회장 신부는 물론 20여명에 이르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처음엔 당장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시간 낭비가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들어 못하겠다는 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횟수를 더해가면서 서류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시설의 어려움은 물론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마음이 열리면서 자연스런 월례 행사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봉사활동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봉사내용도 다채로워졌다. 간단한 청소나 빨래에서부터 고구마 캐기, 포도 등 과일 따기, 밭작물 고르기, 노인 목욕시키기, 퇴비 뿌리기 등 거의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김홍진 신부는 『봉사활동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노동의 현장에서 이뤄지는 기도와 나눔이 직원들의 영성을 새롭게 하는데 도움이 돼 직원재교육 차원에서도 권유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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