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할 때는 그래도 내 작은 희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하지만 그때 가졌던 의식을 잃어버리진 않을지 걱정되네요. 뭘 얻자고 장기기증 등록을 한 것은 아니지만 등록증을 보낸 이후로 연락 한번 없어 소외당한 느낌까지 들어요』
경남 양산에 살고 있는 한 스테파노(54)씨는 2000년 장기기증 등록을 했다. 매년 헌안.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 초청장을 받지만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등록을 했는지 가끔 의심이 된다는 한씨는 자신이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과연 가족들이 장기기증에 동의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한 신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홍보활동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1월 현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희망한 등록자는 1만7000여명,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희망자는 2만3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생명나눔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장기기증 서약을 한 등록자들의 관리는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장기기증운동의 홍보와 접수,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은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한 곳뿐이고 전담직원은 한 명이다. 자연 등록자 관리가 원활하지 못하고 운동자체도 수도권에 국한된 실정이다.
장기기증에 관한 소식지를 보내거나 영명축일과 같은 기념일에 축하카드를 발송하는 등 등록자를 위한 지속적인 배려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헌안.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가 유일하지만 이도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등록자들의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이렇다보니 등록여부 조차 잊어버린 신자들과 주소가 변경돼 소재파악이 되지 않는 등록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방 거주 등록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자 예산까지 편성해 놓았다. 하지만 해당 교구에서는 장기기증운동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기 때문에 협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본부 생명운동부 김명희 부장은 『기증신청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신청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관리가 중요하다』며 『각 교구별로 장기기증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 본부와 협력할 수 있어야만 지방 거주 등록자들의 관리가 원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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