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는 여타 문학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구조, 서론(1~2장) → 본론(3장~42, 6) → 결론(42, 7~17)의 3단계적 구조를 띄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살펴본 욥기 전체의 특징을 염두에 두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작업은 위의 삼단계 구조를 따라 전개될 것인데, 우선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서론」에 해당되는 1~2장이다. 이 서론부분은 이미 언급된 대로 「산문형태」로 되어있고, 그 내용은 다시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 욥에 대한 프로필(1, 1~15) → 2. 욥에게 가해진 첫 번째 시련(1, 6~22) → 3. 두 번째 시련(2, 1~10) → 4. 세 친구들의 등장(2, 11~13).
서론 내용개관
서론은 사건이 구체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주인공의 개인적 프로필(이름, 장소적 배경, 가족 상황 등)을 제시한다(1, 1~5). 두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발생한 시련으로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되는데, 욥에게 갑작스레 들이닥친 시련은 모두 『하루는…』(1, 6과 2, 1)이라는 「도입 관용구」를 통해서 소개된다. 이러한 도입형식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것인데, 대부분의 동화나 민담들이 『옛날 옛적에…』라는 도입 관용구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세 친구들의 등장으로 서론 부분은 마무리되는데(2, 11~13), 이는 본론(세 친구들과의 담화: 3장~42, 6)을 미리 준비하는 복선으로 작용한다.
욥의 프로필(1, 1~5)
욥은 「우스」(Uz)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고, 이 지명이 현재의 어디에 상응하는지 학계의 의견들이 분분하다(에돔 혹은 하란 지역쯤으로 추정). 이스라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명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욥기의 저자를 이스라엘 밖의 외국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 이들도 있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 역시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데, 이처럼 장소와 시간에 대한 불분명한 제시는 이 책이 하나의 신학적 보도일 뿐이지, 실제 사건에 대한 기록이 아님을 시사해주고 있다. 백설공주가 어느 나라 공주였는지, 신데렐라가 어느 도시 출신이었는지 우리 중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녀들의 국적과 출신에 궁금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야기들이 가지는 교훈적 가치와 비현실적 아름다움에는 전적으로 긍정한다. 욥기의 픽션(fiction)적 성격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욥의 이름이 소개된 후 등장하는 것은 그의 도덕성과 신앙심에 대한 칭송이다(『그는 온전하고 올바르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2절). 이러한 그의 훌륭한 성품에 이어 저자는 그의 막대한 재력을 소개한다(3절).
이처럼 저자가 욥의 성품에 먼저 주목하고 이어서 그의 재산을 소개하였다는 점은,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는 「신명기적 발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의 바른 생활과 인격, 신앙심 때문에 막대한 부가 결과적으로 주어졌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욥기의 프로필 소개의 마지막은(1, 4~5) 욥의 부성(父性)과 아버지로서의 섬세함을 드러내 주는데 할애되고 있다. 욥은 자식 하나하나를 위해 아침에 일어나 번제를 드리는데 『혹시나 아들들이 죄를 짓고 마음속으로 하느님을 저주했는지도 모르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5절). 지도자로서,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도 완벽했던 욥의 모습을 너무도 분명히 제시하고 있는 구절이다.
자식의 과오까지 짊어지는 부모님
본당수녀로 있을 때 주일 미사를 꼭 두 번씩 참석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다. 자녀들이 주일미사를 안했을까봐라고 하셨다. 필자의 어머니도 매일같이 성무일도와 수십번의 묵주기도를 바치신다. 딸수녀 때문이다. 엄마가 보실 때 당신 딸은 수녀임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신앙생활을 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신앙도 깊지 않은데, 기도도 별로 안하고, 거기에다 일까지 많아 하느님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들킨 나태한 신앙이 죄송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어 「지나친 열심도 병」이라고, 오만과 방자를 섞어 일축해 버리곤 하지만, 부모님들의 열심으로(욥의 경우처럼) 그나마 자식들이 이 순간도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아마도 내가 알고있는 지식 중 그 어느 것보다 정확한 지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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