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는 11월 16일 진주 경상대 운동장에서 「공소신자 만남의 날」을 개최하고 태풍 「매미」와 농수산물 개방, 공업위주정책 등으로 고통받는 농어촌 공소 신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교구 설립이래 처음 펼쳐진 이번 행사는 30여개 공소 1500여명의 신자와 도시본당 신자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추수감사미사와 만남의 축제로 꾸며진 이날 행사에서 교구장 안명옥 주교는 강론을 통해 『생명을 가꾸는 일꾼인 농어민들이 좌절하고 있다』며 『절망을 이겨내려는 연대의식과 공감대를 넓히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공소와 도시 본당의 연대로 새로운 희망 만들기」선언문을 발표했다.
마산교구가 마련한 전 공소신자 만남의 날은 「농촌과 어촌이 무너지면 이 땅위에서는 아무도 살아갈 수 없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며, 「죽음의 땅」이 「생명의 땅」으로 변화될 것을 염원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농·어업 살리자’ 공감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화창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공소와 도시본당이 한 공동체가 되어 우리 농업과 어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이를 드러내듯 행사장 주변에는 「손잡고 더불어 쌀 시장 개방만은 반드시 막아내자」 「우리 겨레 힘을 모아 식량 주권 지켜내자」 「우리는 생명공동체 함께 가자 생명 세상으로」 「자연과 사람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수 공소 등 시상
⊙…이날 추수감사미사 영성체 후에는 선교(복음화).소공동체.생명농업 부문과 우수 공소에 대한 시상식도 있었다. 선교대상은 거제본당 두동공소와 산청본당의 생초공소가, 소공동체대상은 고성본당 황리공소와 거창본당의 가조 공소가 각각 수상했으며 공소대상은 진교본당 곤양공소가, 생명농업대상은 「합천 생명농업실천모임」이 각각 차지했다. 귀농한 농부들이 1998년 창설한 「합천…실천모임」은 현재 13가구가 매달 모임 등을 통해 「생명 농업」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54개 공소서 특산품 봉헌
⊙…이에앞서 추수감사 미사 중 진행된 각 공소별 특산품 봉헌식에선 「합천공소의 쌀」 「산청공소의 송화차」 등 54개 공소에서 40여가지의 추수품을 봉헌해 첫 수확물을 하느님 제단에 바치는데 조금도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특히 이날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진주 신안본당 여신자들은 행사 도우미를 자청,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안내 등 각종 봉사를 담당해 주위의 칭송을 듣기도.
‘푸짐한 선물’ 기쁨 배가
⊙…사물놀이패의 공연으로 시작한 제2부 만남의 축제는 공소 신자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됐다.
「논」팀 대 「밭」팀으로 나누어 열린 놀이마당에서 신자들은 박 터트리기, 돼지몰이, 공 굴리기, 뛰뛰빵빵, 과일 빨리 깎기, 새끼꼬끼 등 다채로운 경기를 펼쳤으며 특히 「돼지몰이」 경기 중에는 새끼돼지가 운동장 밖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게임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 사이사이에는 각 본당 회장과 교구 단체장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푸짐한 선물들이 행운권 추첨을 통해 전달됐다. 1등상으로 세탁기를 받은 김장미(골롬바.80)씨는 『나보다는 열악한 가조공소에 선물하겠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주교님이 만든 떡 인기”
⊙…농촌체험의 일환으로 떡 메치기, 널뛰기, 특산물 무료시식, 튀밥 튀기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가졌다. 안명옥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과 신자들이 함께 한 떡 메치기에는 신자들이 주위에 몰려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흥을 돋우기도. 이날 만든 떡은 콩가루를 묻혀 즉석에서 시식이 이뤄졌다. 신자들은 『주교님이 만든 떡』이라며 서로 먹으려고 달려들자 『두 개 먹으면 고해성사 봐야한다』는 사회자의 충고(?)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도시본당 신자들도 참여
⊙…「공소 교우 만남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신안동.장재동 진주시내 도시본당 신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특히 뛰뛰빵빵(손수레 굴리기) 경기에는 도시본당신자와 공소신자간의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기도. 놀이마당 후에는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동놀이가 펼쳐졌다.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참가자들은 사물놀이패의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춰 너나할 것 없이 어깨춤을 추며 운동장을 도는 등 모든 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한마당을 연출됐다.
■ 공소-도시 본당 연대로 새 희망 만들기 선언문(요지)
- 우리는 종자에서 밥상까지, 세계의 식료 시스템을 장악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독점을 반대한다. 공소를 중심으로 「우리농 생산공동체」를 만들고, 도시본당을 중심으로 「우리농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삶을 나누고 지원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도록 실천할 것이다.
- 공소와 도시본당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서로 믿고 사랑하며, 이 시대 새로운 희망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애쓸 것이며, 공소와 도시본당이 함께 계획하고 생산하는 「생명공동체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 우리는 이 모든 실천이 「농부이신 하느님」께서 「보시기 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참된 길임을 굳게 믿는다. 새 희망은 저절로 오지 않으며 스스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머리를 숙이고 살려는 사람과, 좀 더 가난하게 조금 더 불편하게 살려는 사람이 늘어나야한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농부들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우리도 언젠가 농부가 될 것을 다짐한다.
▲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공소신자 만남의 날 행사 중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제대 앞에는 각 공소에서 봉헌한 특산물, 제대 뒷쪽에 있는 걸개그림은 농심을 잘 드러내고 있어 무척이나 이채롭다.
▲ 경건히 추수감사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공소신자들.
▲ 만남의 축제에서 「돼지몰이」경기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돼지를 몰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새끼꼬기」대항에 참가한 공소신자들이 정성스레 경기에 임하고 있다.
▲ 공소신자 만남의 날 대미를 장식한 대동제에서 도시본당 신자들과 공소신자들이 함께 춤을 추며 흥겨워 하고 있다.
◆ 공소 신자들 위로 앞장 안명옥 주교
“신앙인 자세 잃지말고 믿음에 의지해 살길”
▲ 안명옥 주교가 만남의 축제에 참가, 떡 메치기를 하고 있다.
『마산교구 관할의 많은 지역이 농어촌이며, 농어촌 공소신자들의 생업이 주로 농업이나 어업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사목적 배려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올해를 「농어촌 선교의 해」로 선포한 마산교구는 이러한 사목지표를 실현하기위해 도시본당과 농어촌 본당이나 공소간의 자매결연 등 다양한 사목적 방안을 개발하고 실천해 왔다. 이번 행사는 올해 사목지표를 마무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안주교는 이와관련 『「농어촌 선교의 해」라는 사목지표는 선교정책상 올해로 끝나지만, 농어촌 지역에 대한 교구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이러한 관심을 이어가기 위한 한 방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주교는 이어 『「자매결연」이나 「생산자-소비자 공동체간 결속」 「생활공동체 매장 확충」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마산교구는 올해 사목지침 중에 지구별로 「농어민 만남의 날」을 갖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이를 개최하지 못하던 중 이번에 교구 사목국 주관으로 추수감사미사와 함께 전 공소신자 만남의 날을 갖게 된 것.
『공소신자들의 앞으로의 삶은 「믿음」에 의지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힘들더라도 믿음을 소중히 가꾸고 지키는 기본적인 신앙인의 자세를 잃지 않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