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은지 8년 된 34살 김모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세례받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왔다는 김씨는 『경제적 사정이 안좋아 올 초부터 미뤄왔던 교무금을 한꺼번에 내자니 부담이 크고, 안 내자니 성당에 나오는게 죄스러운 것 같아 쉬고만 싶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림절이 다가 오면 김씨처럼 밀린 교무금으로 인해 고민하는 신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교무금이란 매달 일정 금액을 교회에 정성껏 봉헌하도록 돼있지만 그 때마다 사정 때문에 한 두번 미루다보니 나중에는 산더미처럼 불어나 감당하기 힘들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교무금을 포함한 각종 헌금이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기 봉헌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처럼 의무적인 부담감만이 크게 자리잡는 등 교무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까닭이다.
교무금(敎務金)이란 교회의 활동과 운영, 유지를 위해 신자 가구에서 매월 일정액을 교회에 봉헌하는 돈으로, 그 유래는 구약시대 십일조에서 찾을 수 있다.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바친 이야기(창세 14, 20)나, 제사장의 직분을 맡은 레위인들을 부양하는 수단으로 십일조가 바쳐졌음(민수 18, 21)을 볼 수가 있고, 땅과 그 소출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봉헌물로 십일조를 바치는(신명 14, 22~29) 등 성서의 많은 부분에서 십일조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즉 성서에서 말하는 십일조는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결국 하느님께 속한 것이라는 일종의 신앙행위였다. 이렇게 십일조로 바쳐진 봉헌물들은 사제 직분을 담당했던 레위인들의 생활을 위해서, 또 가난한 고아나 과부들을 위해서 사용됐다.
이러한 신앙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전승되어 신자들은 헌금과 교무금의 형태로 교회에 일정액을 납부하면서 십일조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에서는 교무금 책정과 관련해 십일조를 그대로 강조하지만 가톨릭에서는 개신교와는 달리 그 정신과 의미를 더 강조해 교구와 본당에 따라 책정하거나 신자들이 자유롭게 정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화 돼있다.
교회법에서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음(222조 1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 교무금은 교회의 발전과 선교사업, 사회복지기금, 성직자들의 생활비, 교육 그리고 교회의 운영 등을 위해 쓰이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이 봉헌하는 교무금은 교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필요성 때문이라도 교회에서는 교무금을 반드시 내도록 의무화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무이기에 앞서 교무금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기 봉헌이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첫 수확을 먼저 주님께 바쳤듯이 자기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만든 최고의 것을 먼저 하느님께 바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어야 하는 것이다. 가난한 과부의 헌금(루가 21, 1~4)처럼 주님께로 향하는 진정한 마음과 정성이 깃든 교무금이야말로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최상의 봉헌인 것이다.
또한 밀린 교무금이 신앙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무금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본당 신부나 사목회와의 면담을 통해 삭감 또는 면제받을 수 있으며, 교회 또한 어려운 이들을 향한 세심한 관심과 사목적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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