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함께 이해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올바로 알기도, 그 분께 다가서기도 힘듭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와 사단법인 푸른평화의 초청으로 11월 16∼30일 한국을 방문한 미리암 데레사 맥길리스(Miriam Therese MacGillis?63) 수녀는 인류가 하느님을 제대로 알고 그 분의 뜻에 맞게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 자문해보길 요청했다.
세계적 생태학자이자 창조영성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배우는 장인 미국 제네시스 농장의 설립자이기도 한 맥길리스 수녀는 처음 찾은 한국에서 열린 마음을 지닌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한국교회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우주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시고자 하는 말씀을 찾고 배움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1월 19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우주 이야기와 교회」 강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구 등지를 오가며 새로운 우주론을 전한 맥길리스 수녀는 첨단 과학과 문명의 시대에 맞는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 개인주의 등으로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 맥길리스 수녀는 현대인의 내면에 숨어있는 생태적 감성을 일깨우는 데서 문제해결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맥길리스 수녀는 『지금까지 우리는 인류가 축적해온 우주에 대한 지식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하느님을 이해하고 다가서려 해왔다』고 밝히고 『그 결과 현재 전세계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이로 인한 삶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0년 제네시스 농장을 설립한 이후 전세계를 돌며 1200회가 넘는 활발한 강연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이유도 오히려 자신만을 향해 닫혀져만 가는 이들의 마음을 열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보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우주를 향해 보다 열린 마음, 그리고 보다 진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생명의 참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제네시스 농장은
무농약유기농의 대안적 삶 모색
창조영성 체험 학습센터 역할도
제네시스 농장(Genesis farm)은 환경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던 1980년 미리암 데레사 맥길리스 수녀를 비롯한 뉴저지 칼드웰의 도미니코회 수녀들에 의해 시작됐다.
제네시스는 「시작, 기원」이란 뜻을 지닌 희랍어로 성서의 「창세기」를 지칭해 제네시스 농장은 곧 창세기 농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태적 농업을 통해 창세기 때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가운데 자연과 호흡하며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아간다는 면에서 제네시스 농장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장이자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창조영성을 접할 수 있는 학습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 농장이 호평을 얻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도회나 교회 단체들이 나름의 카리스마나 목적에 따라 지역사회 속에서 지역주민들과는 무관한 사업을 벌이기도 하는데 비해 이 농장은 지역의 환경이나 주민들의 영성 등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들이 농장의 프로그램이나 교과과정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등 지역공동체가 농장의 일원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인류가 구현하고자 노력해온 공동체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체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네시스 농장은 자연스럽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고 있다.
농장 인근 300여 가구의 주민들은 140에이커(약 17만1000여평)에 이르는 농장에서 전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고 음식을 나누는 생활을 하고 있다. 또 태양열 발전만을 농장 내 에너지원으로 삼는 등 꾸준히 대안적 삶의 모델을 찾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네시스 농장에는 미국 각 지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종교와 계층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2주, 3주, 6주, 12주, 16주 과정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교육과정 속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우주 가운데서 하느님의 창조신비를 찾는 새로운 우주론을 바탕으로 묵상 체험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길을 직접 모색하고 배우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교육적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미국 내의 여러 가톨릭대학들이 농장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미국 교회와 교육계 등에서도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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