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사전적 풀이는 「(어떤 사실이나 사람이) 이루어지거나 오기를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수동적인 면과 미래 지향적인 의미가 강조됩니다. 현실을 초월하는 힘과 희망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만 현실도피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면이 배제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보충해줄 단어가 「준비」라는 말입니다. 미리 마련하거나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무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미래를 보면서 동시에 현재의 일에 초점을 둔다는 점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기다림이란 말이 막연한 무엇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고 인간의 삶에 진정한 희망으로써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준비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왜 이 두 단어를 설명하는가 하면 대림절이 기다림과 준비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대림절을 기다림의 시기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대림절을 단순히 기다림의 시기로만 한정한다면 잘못된 삶을 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메시아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린다는 표현보다는 고대하고 대망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의 애절함으로 그들은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히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교훈이 있는데 그것은 「기다림」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언젠가는 올 미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문제는 절대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다림은 있었지만 능동적이고 현실적인 준비가 없었기에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오셨을 때 그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입니다. 그러면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하나의 해답이 34절에 나오는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씀으로 대신 됩니다.
성서의 인간관에 따르면 「마음」은 『의식과 지성과 자유를 구비한 인격의 원천』이요, 『양심이 자리하는 곳』 『하느님께서 활동하는 공간, 인간과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라 정의합니다.
굳이 어려운 성서적인 풀이에 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마음이 인간 행동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합니다.
현대의 불행 중 하나가 외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치중한 나머지 외적 아름다움과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수만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말 중요한 마음의 아름다움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너무 인색하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떻든 이렇게 중요한 인간의 마음은 여러 가지가 자리 잡을 수 있는데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세상걱정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자리 잡을 때 마음에는 하느님과 이웃, 양심과 자유, 그리고 「절대 미래」가 자리할 자리는 좁아지고 결국 인간은 인간다움을 상실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라는 말씀은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입니다. 가치 있는 삶의 추구와 더불어 「내일」을 위한 「오늘의 삶」을 살아가도록 마음의 공간과 여유를 가지기 위하여 의지적인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준비는 36절에 나와 있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사실 인간은 아무도 마지막 심판자 앞에 당당히 설 수 없습니다. 스스로 악으로 기우는 경향을 가진 것이 인간이고, 또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의 괴리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우리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간구할 수밖에 없고, 자비와 은총을 구함이 바로 기도입니다.
부모님의 따뜻함과 덮어줌 때문에 부족한 자식이 부모 앞에 나아갈 수 있듯, 기도를 통해서만이 인간은 하느님의 자비를 만나게 되고, 자비를 느낄 때 떨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그분 앞에 설 수 있는 자녀다운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의 교훈은 하느님께 자비와 은총을 구하는 기도와 그리고 마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 이 두 가지가 바로 예수님의 재림을 위한 우리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림절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의 내적인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서 우리 마음을 빼앗고 있는 나의 일들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한 주간의 삶이되길 기원해 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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