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하루는」이라는 도입 관용구로 시작되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첫 번째 경우(1, 6~12)와 거의 동일한 구조로 되어있다. 「하늘나라 의회」중, 욥에 대하여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하느님과 사탄의 대립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2, 1~2). 다만 두 번째 시련에 대한 서술은 첫 번째와의 연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첨가한다. 『그는 아직도 제 온전함을 굳게 지키고 있다. 너는 까닭 없이 그를 파멸시키도록 나를 부추긴 것이니라』(2, 3). 그러나 이러한 판정에도 불구하고 사탄은 더 강도 높은 시험(「뼈와 살을 치는」 2, 5참조)을 제안한다.
「뼈와 살을 치는」 시련
「뼈와 살을 치는」 시련의 구체적 내용은 욥의 발바닥에서 정수리에까지 난 악성 종기와 아내의 매몰찬 배신이었다. 심신 양면을 강타한 고통인 셈이다.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치명적 인 것은 「소외」와 「고독」이라고 한다. 더욱이 이 고독이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야기된 것일 때, 숨쉬기조차 힘든 포박이 될 수 있다. 『?…죽어버려요』(2, 9)라는 비난이 그 누구도 아닌 아내의 입에서 터져 나왔을 때, 남편인 욥은 이미 그 순간 죽음을 체험한다. 사랑과 우정은, 애착을 가진 꼭 그만큼의 고통과 비극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욥의 반응
그러나 두 번째 시련에서도 욥은 하느님께 변치 않는 신실함을 보여준다(2, 10 참조). 욥은 하느님 주권의 절대성과 자신의 피조물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욥의 태도는 철저히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욥은 자신의 성실함을 통해, 하느님이 복을 주셨으니 재앙도 주실 수 있다는 것을 신학적으로 해설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하느님이 주시는 것을 피조물 인간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는 피동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다만 그는,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실 것이라는 신앙과 확고부동한 믿음을 피력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욥은 제 입술로 죄를 짓지 않았다』(2, 10)는 표현으로 두 번째 시험의 결과가 제시된다.
세 친구들, 그리고 슬픈 침묵
서론의 마지막 부분에는 욥의 소식을 듣고 각 처에서 찾아온 친구들이 등장한다. 엘리바즈, 빌닷, 소바르가 그들이었다(2, 11). 그들은 욥의 비참해진 모습을 보자, 멀리서부터 겉옷을 찢으며 비통해하고, 말문이 막힌 채 7일간을 땅바닥에서 지낸다. 유다인들의 전형적인 애도(哀悼) 표현이다. 욥기의 본론은 욥이 이 무거운 침묵을 깨고, 드디어 자신의 삶을 저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로써 친구들과 욥의 대담(본론)이 시작된다.
남들만 안보면 버리고 싶다
『남들만 안보면 버리고 싶다』. 일본의 유명한 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몰래 버리고 싶다는 것의 정체는, 놀랍게도, 「가족」이었다. 언제나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작품에 담아왔던 그가 천륜을 저버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놀라웠고, 인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마음이겠지만 검열 없이 그대로 폭로된 솔직함이 섬뜩했다.
언제나 곁에 있어줄 것 같지만, 정작 각자는 늘 떠날 생각을 하고, 버릴 수만 있다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들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욥의 아내가 욥을 원망하는 모습은 한 가정이 파괴되는 궤적을 잘 보여준다. 남편의 무기력함과 가련해진 모습을 수용할 수 없어, 과장된 난폭함으로 그에게 상처를 주지만, 어쩌면 그것도 욥에 대한 사랑일지 모른다. 사랑하고 기대한 만큼 더 고통스럽고, 더 폭력적이 될 수 있는 곳이 가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조차 미련한 여인처럼 말하는 구려』(2, 10) 라는 욥의 지적대로, 그녀의 문제는 너무도 평범한 시각에 있었다. 그녀가 대적해야 했던 것은 애꿎은 남편이 아니라, 남편에게 들이닥친 고통스런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이혼과 노인문제가 심각해져 가는 요즈음, 가족 스스로에게 행사되는 가학과 폭력은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는 것, 부조리와 모순으로 범벅된 현실이라 하더라도 회피하지 말고 함께 힘을모아 대면해야한다는 것, 그 어떤 현안보다 진지하게 성찰되어야 할 이 시대의 과제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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