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환자를 모시고 강릉에 다녀왔다.
모현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한지도 2년이 되어가지만, 항상 어려운 환경(경제적)에 있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왜? 그들이 상처치료나 증상조절을 위해서만 입원할 수 없는지가 답답할 때가 있다.
한 달 전 온갖 치료를 받고도 병의 증세나 증상이 조절이 되지 않고 급기야 하반신 마비가 돼 모현으로 의뢰된 환자가 있었다.
가정에서 돌보기엔 배우자가 지병인 디스크가 있어 체위변경이나 상처치료면에서 힘들어하며,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보는 환자의 마음은 애처롭기만 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병원의 벽은 너무도 높기만 하다. 왜냐하면 치료를 위해 너무도 많은 돈을 썼고, 환자는 더 이상 자신의 치료를 위해 돈을 쓰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오직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입원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 환자에게는 지병인 암으로 인한 임종보다는 상처의 악화로 인한 임종이 예상되기에 상처치료와 그 동안 간병으로 인해 지쳐 있는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여 강릉 갈바리의원 호스피스 병동에 연결해줬다. 환자는 경제적인 부담과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서 먼 강릉으로 가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강릉 갈바리행을 원하지 않으셨지만, 가족회의 결과 서울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적고 아름다운 자연에 수녀가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껴 가기로 결정하셨다. 목요일 새벽미사를 봉헌하고 환자 집에 가서 119를 불러 보호자와 함께 강릉으로 향하였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렸는데, 환자분은 『수녀님, 해가 너무 따뜻해요, 해를 본 지 정말 오랜만이예요』라고 말한다. 마음이 짠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아늑한 분위기에 친절한 간호사들과 수녀들을 만나 보호자와 환자 모두 좋아하셨다. 병동에 보호자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자녀들은 일 때문에 이튿 날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이러한 분들을 위해 수도권에도 이러한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우리의 작은 소망이 생각났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잠시의 이별을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서울주변에 작은 병실을 마련하고 증상조절 이후 환자의 무기력감과 가족들이 쉴 수 있도록 하는 낮돌봄(Day care)시설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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