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도깨비 형상의 마귀가 빵을 들고 굶주린 예수를 유혹한다. 성모와 요셉의 결혼식은 전통혼례의 흥겨운 모습 그대로이고, 색동저고리를 입고 뛰노는 그림 속 예수의 모습이 그지없이 정겹다. 성서내용을 축약해 담은 성화의 각 장면들이다.
화가 심순화(가타리나.42)씨가 최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화 연작 「어린이를 위한 복음이야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성화는 성모영보에서부터 성령강림까지의 신약성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4호 크기의 작품 90점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렇게 신약성서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성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이번 작품은 구체적인 표현 소재를 한국 전통 생활 모습 안에서 끌어와 이색적이다. 또 밝고 화려한 난색 계열을 주로 사용해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정서적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평이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심씨가 무엇보다 염두에 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주체. 어린이들을 비롯해 누구나 그림을 통해 동화를 보듯 성서말씀을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했다. 전통 의상은 물론 옛 성읍, 푸른 산천 등의 모습은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의 고유 정서를 느끼는데도 큰 도움을 줄 듯하다. 깊은 골짜기에서 구원의 동아줄을 타고 오르는 모습, 크신 주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모습, 어린이 대학살 장면 등을 이색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도 돋보인다.
심순화씨는 『성서는 항상 표현하고 싶은 주제였다』며 『특히 교회 안에서 어린이를 위한 예술품은 물론이고 교재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해 이번 작품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또 심씨는 『성화를 통해 신자 및 비신자들도 교회와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며 『한국인의 전통적인 모습과 밝은 색상 등을 통해 성서와 교리내용을 더욱 쉽게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성화 연작 전시회는 내년 초 마련될 예정이며, 현재 화보집 등의 발간을 준비 중이다. 또 작가가 직접 묵상한 글을 덧붙여 어린이를 위한 성서묵상집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그림 「더불어」를 시작으로 6여년째 성화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심순화씨는 그동안 화려한 색채의 전통의상, 둥글고 부드러운 한국인의 얼굴형상을 적극 표현한 독특한 작품으로 큰 호응을 얻어왔다.
현재 바티칸 미술관에 심씨의 작품 「성가정」이 소장돼 있으며 지난 5월 완성돼 자수로 형상화한 「한국의 성모」 작품은 조만간 정식 봉헌식을 통해 프랑스 루르드성지에 봉헌될 예정이다. 또 안산 대학동성당, 서울 전농동, 고속터미널성당 등에 다수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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