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사제생활 중 많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사랑으로 엮어진 고리였지요. 돌아보면 위태로운 흔들림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신 분들이 너무도 많아 버거운 언덕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상의 글들이지만 용기를 주시는 분들의 격려로 이렇게 책 한 권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서문에서).
올해로 사제 서품을 받은 지 13년이 되는 시골 사제 배광하(치리아꼬.춘천교구 양덕원본당 주임) 신부가 그 동안의 사목 활동을 비롯해 강원도 홍천군 양덕원본당 신자들과 엮어간 작고 소박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하느님 천당갈 수 있나요」(도서출판 대희/214쪽/8000원)를 펴냈다. 책의 제목은 배신부가 지난 87년 신학생 당시 휴전선 민통선 안 해안공소에서 「여름 성경학교」를 열며 만난 학생들이 「필숙이, 화춘이, 명자」 등 촌스러운 이름으로도 천당갈 수 있느냐고 물었던 일화에서 따온 것.
「사랑한다는 것」, 「꿈을 꾸었네」, 「작은 것의 기쁨」, 「기적입니다」, 「이별연습」 등 다섯 장의 큰 제목으로 나눠 6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에는 배신부가 사목 생활에서 걸러낸 짧은 일화들과 가슴으로 느낀 따뜻한 감동들이 속속들이 배어있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깨우침으로 연결시키는 이야기 솜씨는 책을 덮을 때까지 내내 웃음을 안긴다. 또 특유의 피정 지도와 글 솜씨로 신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의 글 속엔 하느님조차 해학으로 엮어 가는 특유의 익살이 있다. 배신부가 전하는 그리스도는 「멀리 계시는 거룩한 분」이 아니라 마치 동네 어른들처럼 두런두런 담론의 대상이 되는 그런 분이기 때문이다.
사제가 되면 제일 먼저 어르신들을 위해, 그 다음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사목을 펼치겠다는 꿈을 가졌던 배신부. 요즘 그는 독거노인들의 집을 지어주기 위해 「진보 50」회를 조직,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진보 50」은 『말이 아니라 몸을 던져 일하는 봉사를 하자』고 의기투합해 결성된 양덕원본당 50세 미만 남성 신자들의 봉사단체. 이들은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살면서도 수리할 엄두도 못내는 노인들의 집을 찾아 무료로 수리해준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신자들의 한숨과 기쁨, 그늘까지 껴안으며 참 사제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애쓴 배신부의 다감함이 느껴지기 때문인 듯 하다. 한편 이 책의 수익금은 독거노인들의 집짓기에 전액 지원된다.
※문의=(033)253-8877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