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상 흐름과 시대적 요청에 맞게 응답할 수 있는 변화하는 교회상 구현의 모습은 지난해에 이어 2003년 한해동안 한국교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주5일제 근무 시행에 따른 사목적 대안 등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모습이었다면 올해는 가정붕괴 현상이 만연해 있는 현실에서 교회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모색됐다.
또한 주교회의를 비롯 각 교구별로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전격적인 구조 정비 작업이 전개됐고, 3명의 주교와 6명의 몬시뇰 탄생으로 교계 인적 구성모습도 큰폭으로 바뀌는 변화를 겪었다.
새천년기를 즈음해 전국적으로 바람이 있었던 교구 시노드 작업이 서울 시노드의 진행과 폐막으로 정점을 보였고, 소공동체 문제 역시 제3차 아시파(ASIPA) 총회 개최 등으로 미래 한국교회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화두로 재삼 거론됐다.
- 신자들과 가깝게 새롭게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 임명 소식을 필두로 유흥식(대전, 7월).김희중(광주, 7월) 주교 등 세명의 새 주교 탄생을 맞은 한국 주교회의는 이를 통해 주교서품 5년차 미만 주교들이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새로운 구성 모습을 갖게됐다. 9월 로마에서 열린 주교 연수에는 한국교회 사상 가장 많은 숫자인 12명의 주교가 참석했다.
이와함께 부산교구의 이홍기 몬시뇰 인천교구 이학노 김병상 몬시뇰을 비롯 서울대교구 박준영 최창화 나원균 박신언 몬시뇰 등 7명의 몬시뇰이 탄생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 인천 교구 신임 몬시뇰들은 2004년 교구 사목 분야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명예직으로 인식됐던 몬시뇰의 위상을 한국교회 상황 안에서 새롭게 정립시키고 있다.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2003년 3월 춘계 주교회의를 통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와 국법상의 「사단법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성격과 기능을 구분하여 유기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을 포함 각 교구별로 진행된 교구청 직제 개편 현상으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주교회의 개편에 앞서 대구대교구가 시행한 대리구체제 전환 등은 보다 교구민들과 함께 하면서 효율적인 사목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대교구의 5개 대리구 체제 전환은 교구 쇄신을 비롯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었다. 지난 8월 대리구 보좌 신부를 임명, 대리구 체제 입지를 강화한 대구대교구는 최근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직접 참가한 가운데 대리구별 모임을 여는 등 대리구 체제 출범 1년을 앞두고 자치적이고 독자적인 대리구 체제 확립 점검에 나서고 있다.
김희중 주교를 맞은 광주대교구도 8월 교구장령을 통해 교구장 대리제를 중심으로 교구편제 개편 작업을 가졌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사목 체제 변경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의견이다.
수원교구 역시 교구 설정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오라-구조」에서 「가자-구조」로의 변화 필요성을 논의하고 능동적인 쇄신작업에 대해 공감대를 넓히고 있고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및 소공동체위원회 운영 규칙 제정, 교구 「규정집」 공포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교구는 4년 앞으로 다가온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교구발전위원회를 결성, 시대가 요구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지고 또한 지역사회 복음화를 달성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안동교구는 지난 2월 교구 중장기 사목방향 설계를 위한 복음화특별위원회를 출범한데 이어 「사제비저닝 워크숍」 개최 등으로 교구 사목비전 공유와 이에 따른 교구 현실의 진단 및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했으며, 올 연초 성소 홍보국을 신설한 마산교구도 2006년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교회 틀을 만들기 위해 교구의 각종 제도와 규정을 개선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4월 소공동체 사목 전국협의회 출범으로 논의가 가속화된 소공동체 활성화 문제는 9월 열린 아시파 총회로 보다 구체적인 가능성을 한국 교회에 던져주었다.
2차 아시파 총회 결과이기도 한 전국모임은 교구 단위로 진행되던 소공동체 운동의 정보와 노하우가 나눠지면서 전체 한국교회 상황에 맞는 소공동체 연구를 촉발시켰고 소공동체에 대한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역할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각국 지역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은 제3차 아시파(As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 아시아의 통합적 사목적 접근) 총회는 미래 사목 대안으로서 소공동체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소공동체 전국모임 개최와 각 교구 소공동체 활동의 역동성이 드러난 한국교회는 3차 총회를 계기로 전국적인 논의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4년여 동안에 걸친 작업과 전 교구민이 참여하는 토론 과정을 거쳐 아래로 부터의 민의를 수렴, 변화하는 세상에 새로운 교회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던 서울 시노드는 향후 교구의 사목 방향과 더불어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정체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함께 하는 교회」 「세상속에 복음을 증거하는 교회」의 입장을 밝혔던 시노드는 평신도들이 복음화 사명의 주체로서, 사목의 협력자로서 교회 운영과 선교 신앙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성직 수도자들과 책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평신도들의 관심과 참여 폭이 강화될 것을 전망케 했다.
시노드를 통한 평신도들에 대한 교회 입장은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과 맞물리면서 평신도 지도자 양성의 필요성으로도 표명되고 있다.
- 가정의 중요성 강조
주5일 근무제 시행 소식에 따라 다양한 사목 방안 마련에 고심했던 한국교회는 2003년에 들어서는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한 전 세계 전쟁위기 분위기에 「평화」를 호소했다. 또한 이혼율과 저출산율의 증가, 가출 청소녀?부모 급증 등으로 온전한 가정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가정과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교회의 역할과 목소리를 내는데 어느 때 보다 노력을 기울였다.
대구대교구, 전주.청주교구 등에서는 가정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신앙 못자리로서의 가정 모습을 조명해 보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이기헌 주교)는 연례 세미나 주제를 「가정의 복음화는 교회의 미래」로 정했다. 전주교구는 특히 「가정의 복음화-본연의 가정 회복」을 위한 실천사항들이 각 본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담 분과 마련을 의무화 했다.
이와함께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는 「가정의 미래, 교회의 미래」 주제로 7월 5일 가톨릭신문사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으며 「오늘날 한국의 가정문제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한국사회의 가정문제를 진단하고 교회의 사목적 대안을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같은 작업 역시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의 가정 문제에 교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2004년 8월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제8차 정기총회와 관련, 주교회의 2004년 추계 정기총회 때 공동 사목교서 발표 결정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및 세계 사회에 대한 평화 촉구는 2월 14일 주교회의가 발표한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이라크 공격 반대 및 세계 평화 기원 성명서로 표출됐다. 성명서(영문 제목 「We Want Peace, Not War!」)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내며 모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10월 13일에는 북한 핵위기 등과 관련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정명조 주교) 명의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주교단 입장이 발표됐다.
- 그리스도 신앙 본질 알리기
「가톨릭 교회 교리서」 라틴어 표준판의 우리말 공식 번역본 발간은 한국 교회의 교리교육이 더욱 다양화되고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일선 교리교사들에게도 권위 있는 교회 가르침을 깊이 이해시키고 현장 교리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더불어 주교회의는 「가톨릭 교회교리서」를 일반 신자들은 물론 신부 수녀 교리교사들이 쉽고 편하게 교리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출판, 교리교육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인천사목연구소 등을 통해 실천과 영성을 접맥한 새로운 교리서 출간 현상도 눈에 띄는 작업이다.
자연주의 확산, 신영성운동 범람, 포스트 모더니즘 경향 등으로 신자들의 신앙 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듯 주교회의는 뉴에이지 운동 , 정신세계 운동, 기(氣) 수련 운동 등의 내용을 담은 「건전한 신앙 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I」을 발간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박정일 주교)는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시성 운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한편 약전을 발간하고 역사전문가 위원회 개최 등 본격적인 시복시성 작업에 돌입했다.
통합추진 상임위원회 구성 및 1차 회의로 2003년을 시작했던 시복시성주교특위는 4월 29일 류한영 신부를 법적인 위임장에 의해 청원인에 임명하였음을 시성성에 보고했으며 시성성 장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장을 받았다.
또한 10월 6일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예비심사 착수를 인준하는 공문을 전달받음으로써 시복시성 운동 전개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한국교회 자체의 시복 예비심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교황청 재판을 위해 작성하는 것인데 국내 시복 예비심사는 3~5년 정도 기간을 두고 각 시복 후보자에 대한 순교사실, 무덤확인, 순교지, 관련자, 치명 사실 정황 조사 등을 다루게 된다.
11월 20일 역사전문가위원회(회장=김진소 신부) 회의를 열었던 시복시성 특위는 현재 시복 예비심사 관여자는 주교대리인에 이찬우 신부를, 공증인에 송열섭 신부, 검찰관에 박동균 이상국 김길민 신부를 내정한 상태며 조규만 신부 김성태 신부를 검열신학자로 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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