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두 친구가 한 아기의 탄생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사람은 『태어난 아기가 기쁨의 탄성을 지르는구나. 가서 축하합시다』라고 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고…축하는 무슨 축하요!』 라고 응수했다 한다. 이번 주에 살펴보게 될 욥기의 본론은 「태어난 날」을 저주하는 욥의 절규로 시작된다(3장).
본론(3, 1~42 ,6)
산문(narrative)으로 진행되던 내용은 본론에 들어서면서 운문(poetic)으로 바뀌고, 욥의 태도 역시 급변한다. 지금까지 모든 것에 모범적이던 바른생활 사나이의 미담(美談)은 간데 없고, 복수는 나의 힘(?)이라고 성토하는 분노의 모습만 존재한다. 본론은 세 친구들과의 대화(3~31장) → 엘리후의 변론(32~37장) → 하느님의 등장(38장~42, 6)으로 진행되는데, 먼저 「세 친구들과의 대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세 친구들과의 대화(3~31장) 개관
이 부분은 매우 긴 분량으로 되어있는데, 양적인 비중을 통해 그 중요성이 암시되고 있다.
저자는 장황하고 체계적인 서술을 통해 욥이 왜 고난을 당하게되었는지를 전통적인 입장에서 피력하고, 아울러 이 교의가 실제 삶과 얼마나 괴리되어있는지를, 욥의 고독한 저항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1) 친구들의 논리
욥을 침통히 바라보던 세 친구들은 그의 고통을 위로한다며 각자의 입장을 표현한다. 그들의 입장은 「인과응보」적 원리에 근거한 것으로, 「까닭 없는 고난이란 없다」는 유다 정통 교리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즉, 욥의 고통은 그의 죄에 근거하고 있으니 어서 죄를 고백하고 회개해야 다시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친구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자.
① 엘리바스 『…불의를 심은 자와 재앙을 뿌리는 자는 그것을 거두기 마련이라네』(4, 7~8).
② 빌닷 : 『…그분께 죄를 지었다면, 그분께서 그들을 그 죄과의 손아귀에 넘기신 것이네』(8, 3~4).
③ 소바르 : 『자네가 마음을 곧게 하고 그분께 손을 벌린다면…자네는 고통을 잊게 되고…생애는 대낮보다 밝게 일어서고…아침처럼 되리』(11, 13~17). 그러나 이러한 친구들의 충고는 욥에게 그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불행과 탄식, 배신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뿐이었다.
2) 욥의 논리
욥은 친구들이 제시한 원리원칙만으로는 인생의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없음을 반박한다.
죄 없이 살아왔는데도 당하는 고통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러한 욥의 저항을 통해 고착된 원칙만으로 삶과 인간을 평가하는 진부한 의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욥의 입장을 들어보자. 『내 생명이 내겐 메스꺼워…왜 저와 다투시는지 알려 주소서. 학대하시는 것이 당신께는 좋으니이까』(10, 3).
결국 욥은 법정용어를 적용시켜가며 하느님께 도전한다(13, 19 참조). 욥기에 「소송」(히브리어 「리브」)이라는 단어는 모두 11번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욥은 하느님을 피고로 몰아간다. 욥의 연설은 『전능하신 분의 말을 듣고 싶다』(31, 35)는 것으로, 즉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본론과 결론(하느님의 등장 38장)을 이어주는 문학적 복선으로 작용한다.
살아갈 수 있는 힘
서두에서 언급한 두 사람의 대립적 태도는 사실은 하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 태어난 날에 대한 저주는, 역설적이게도,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기대 때문에 생기는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을 저주해본 사람은, 그만큼, 삶을 살고 싶어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삶에 대한 야심과 애착이 곧 삶을 실제로 사는 능력은 아니기에 문제는 발생한다. 삶을 저주하거나, 폐기처분 하기에 앞서 먼저 자문해야할 것은, 삶을 사는 능력을 충실히 키워왔는지, 라는 물음일 것이다. 삶에 지칠 때, 나를 구원할 유일한 해답은, 바로 그 삶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삶이 진저리 쳐지게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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