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남들이야 사회야 어떠하건 간에」 하면서 내 문제에 묻혀 지냈던 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확인하게 되는 것은, 역시 복잡한 내 문제라 하더라도 그 해법이 내 안에서만 궁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재래식 시장 한바퀴 돌면 새로운 생기와 힘을 얻을 수 있게 되듯이 잠시라도 그간 소홀했던 친구, 친지들이나 사회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갖다 보면, 어느덧 내 문제에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직장사목을 하면서 일어난 변화 중의 하나는,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오는 여러 소식들, 사건 사고와 관련되어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면서 전보다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러 직장 교우회와 관련을 맺다보니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혹시 참여했거나 연루된 분은 없는가 하고 자연스레 살피게 된다. 내 몸 하나 감당하기도 어려워했던 시간들에서 관심사가 조금은 더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직장에 대한 관심을 현실에 대한 관심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닿아 있었다.
교회는 사회 안에 있다. 따라서 교회는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사회와 동떨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과 함께 가야 한다. 「복음화」라고 하면 보통 영세를 몇 명 시켰느냐로 보게 되지만, 실은 그 알맹이에 그(지역) 사회에 하느님 나라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과 정의가 얼마나 더 확장되었는가에 대한 확인이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직장에 대한 관심은 사회 안의 교회라는 정체성을 자주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춥다. 어둠이 깔리니까 명동이 더욱 시리게 느껴졌다. 왜 그럴까. 사회가 드리운 어둠 때문일 것이고 동시에 그 어둠에 빛을 비추지 못하는 나의 초라함 때문일 것이다. 가사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나 할까, 명동 들머리에서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힘차게 노동가요를 부르려 애쓰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자주 대한다. 그들의 외침은, 아직도 원활하지 못한 우리 사회 의사소통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니 애써 감추며 외면하려는 우리의 이기심이 엿보인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잠시 이 문제에 관련된 직장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우리 교회와 사회를 생각해 본다.
『신부님, 저 눈 내리는 것 좀 보세요. 얌전히 내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라』
오늘 새벽 첫 눈이 내렸다. 주방 자매님의 감탄을 들으며, 춥지만 첫눈의 설레임과 희망이 교회와 사회에도 소복소복 쌓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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