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경험의 대상인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우주의 운동과 질서 등의 관측 결과에 입각하여 초경험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과학적인 모순 없이 합리적으로 논증하려는 것입니다』
「우주, 인간, 종교」.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 요소들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존재를 발견한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펴낸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가톨릭출판사)는 평이하면서도 깊이 있게 우주와 과학과 인간, 그리고 하느님의 존재를 다루는, 실용서가 판을 치는 요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책이다.
공대 출신으로 물리, 화학 등 과학의 여러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한때 「과학자 신부」를 꿈꿨던 정대주교는 이 책에서 우주의 기원과 질서, 성서에서 말하는 천지 창조, 생명의 신비, 나아가 영혼까지 과학과 의학, 종교를 넘나들며 하느님과 영혼을 탐구한다.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나름대로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서적이라기보다는 신앙의 입문서라고 함직한 이 책을 가슴에 품은 지는 무려 50년이 넘는다. 1947년, 해방 후 무신론과 유물론이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했을 때 정대주교는 윤형중 신부의 하느님과 영혼의 존재 증명을 설파하는 명동성당 사순 특강을 듣게 됐다.
시대적 조류 속에서 잠시나마 신앙적인 회의로 방황하던 정대주교는 그 강연에 감동을 받게 되면서 과학으로 신앙을 논증하고 신앙의 빛으로 과학을 밝혀주는 저술을 맘에 두었다. 그래서 지난 여름 원고를 넘기고서야 『늘 가슴에 품고 있던 마음의 빚』을 덜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신앙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해설하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었다. 신학생 때 번역한 「억만인의 신앙」(1960, 가톨릭출판사)이나 「나는 믿는다」(1962, 가톨릭출판사) 역시 과학적인 설명을 하려 애썼던 책들이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을 유려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필치에 더해, 서울대교구 성미술감독 정웅모 신부가 요소요소에 배치한 아름다운 성화들이 신앙을 향한 마음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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