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서구 금호동에 자리잡은 성모승천봉헌자수녀회 수녀원을 찾아 들어서니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85년에 한국에 진출해 86년 수녀원 본원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주변이 온통 논 밭이요, 변두리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아담한 양옥집이 되고 말았다. 수련소와 본원을 겸해 사용하는 이곳에서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짖어대는 개 두 마리. 손님이라며 개를 달래며 『어서 들어가라』는 할머니 수녀의 인자함이 왠지모를 시골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성모승천봉헌자수녀회(관구장=송희정 수녀)는 85년 1월 당시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의 초청으로 목포 용당동에 첫 발을 내딛고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전세계 19개국,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전파된 수녀회는 자선과 교회일치, 선교를 목적으로 특별히 주님을 모르는 곳에 관심을 가지며 복음화와 그리스도인들 간의 일치를 증진시키며, 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특히 교육?의료?사회사업 등을 통해 복음 정신이 각 개인 안에서 자라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인다.
창립자인 엠마누엘 달종 신부는 프랑스 비강 출신으로 1835년 로마에서 사제로 서품된다. 이후 젊은이들을 위한 종교교육과 청소년 선도에 앞장섰던 달종 신부는 「애덕실천회」와 거리여인들을 위한 「회개의 집」 등을 세웠으며 이 모든 활동들을 기도로 밑받침 될 수 있도록 「성체조배회」 등을 설립한다.
그의 사도직 활동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으며 1862년 로마 성지순례 중 교황 비오 9세로부터 선교에 관한 공적 축복을 받은 후 「교회일치」라는 큰 신념으로 정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일생을 투신하게 된다.
달종 신부는 이 커다란 일을 위해 수도회 창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1865년 공동창립자인 마리 꼬라송 수녀와 함께 「성모승천봉헌자수녀회」를 창립하게 된다.
달종 신부는 수녀회 입회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교회를 위해 봉헌된 이들이라는 의미로 「봉헌자」라는 이름을 부여했으며 봉헌자들은 판자 위에서 잠을 청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빵과 물로써만 저녁식사를 했으며, 매주일 성체조배, 일주일에 한 번씩 야간 성체조배 등 엄격한 수도생활을 통해 사도직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게된다.
창립 3년 후 드디어 5명의 봉헌자 수녀들은 자선과 교회일치, 선교라는 큰 신념을 가지고 불가리아에 첫 선교를 나선다. 수녀들은 약국을 개업하고 진료소를 설립했으며 가톨릭과 정교회인, 아르메니아인, 유다교인 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배울 수 있는 무료학교를 운영했으며, 유럽인들을 위한 작은 기숙사도 만들었다.
수녀들은 회개나 개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오직 기도와 너그러움, 선함, 축성된 증거의 삶을 통해 교회일치적 활동을 시작했다. 즉 강압에 의한 교육보다는 삶을 통해 자연스러운 선교를 지향하면서 교회 일치를 점차 실현해 왔다. 이후 1877년부터 1918년까지 계속된 전쟁 속에서도 수녀들의 항구한 헌신과 용기를 통해 동유럽선교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수녀회는 이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10여개국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18개국에 퍼져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여명의 수녀들이 광주, 목포, 서울 등 5개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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