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사목은 뭐 하는 건가요?』,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일입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직장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신부님은 언제 한가하세요?』, 『주말에 한가합니다』
한창 바빠야 할 주일날 오히려 사제관에서 편히 쉬고 있으니 「나 신부 맞나?」하는 생각이 한동안 들기도 했었다. 더구나 천주교 신부가 본당을 지키기는커녕 수단 입어 본 지도 벌써 2년이 넘은 데다가 성당에서 미사 봉헌하는 일도 드물다보니 불교에서의 「땡중」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사목을 하기 위해 필요해서인지는 몰라도, 생활하다보니 내 모습이 많은 부분 직장인을 닮아 있었다. 출퇴근하며 사무실에 나와서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하는 고민, 매식과 잦은 술자리로 인한 몸의 부담 등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사소하지 않은 현실적 문제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본당에 있을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공휴일에서, 올 해 빨간 날이 며칠이 되느냐에 무관심하지 않게 되었다. 경쟁사회의 단면과 구조조정의 스트레스로 인한 실직의 불안감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많은 부분 직장인처럼 생활하게 된 사제 생활 속에서, 사목자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보람으로 느끼는 바이기도 하지만, 역시 교우들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을 확인하는 모습에서다.
점심시간에 미사를 하게 되면 시간이 이렇게 배정된다. 정오 12시 도착. 10분간 미사 준비와 고해성사. 30분간 미사 봉헌. 나머지 20분간 「후다닥」 점심 식사. 그리곤 각자 사무실로.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의 의미는 절실하다. 그런데 이런 귀한 시간에 급하게 밥을 먹어도 미사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일에 파묻히지 않고 깨어 있으려는 나름의 노력인 것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 힘없이 묻혀 버린 채 하느님을 잊고 사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좀 달라야하지 않겠는가」하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데서 정체성의 의미도 살아난다. 깨어 있으려는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구원의 중재자인 사제로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좌충우돌 경황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해야 할 일들에 비해서 영적으로 육적으로 여러 한계와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도 큰 탈없이 지내온 것은 역시 하느님의 보호하심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쁘게 사제로서 살 수 있기를, 나아가 갈등하고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새로운 힘을 얻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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