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에 빛나는 눈길을 밟으며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따라 나서는 성탄 전야 자정미사는 신자가정만이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성탄 체험이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통해 이 땅 가장 미천한 곳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에 성탄 전야 미사는 구원의 기쁨으로 더욱 충만하게 되는 지 모른다.
교회 축제의 중심에는 늘 미사 전례가 있듯 성탄절에도 미사가 빠지지 않는다. 원래 성탄절 미사는 성 레오 대교황(461) 시대까지는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낮 미사만 있다가 점차 확대, 발전돼 현재는 모두 네 번의 미사가 있다. 전야 미사, 밤 미사, 새벽 미사, 낮 미사가 그것이다.
전야 미사는 다른 성탄절 미사와는 달리 로마가 아닌 다른 지역 교회에서 거행되던 미사를 로마 교회가 받아들여 거행하게 된 것이다.
성탄 전야의 전례는 제1부 말씀의 전례를 시작으로 제2부 구유 축복과 구유 경배예절, 제3부 성탄 밤미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사제가 아기 예수를 구유에 모시는 2부는 성탄의 의미를 가시적으로 드러내준다. 또 그리스도께서 베들레헴에서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탄생하셨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3부 전례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심으로써 인간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셨다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아기로 오시는 예수를 통해 드러나는 성탄의 모습은 고요함과 미천함이며 나약함이다. 그래서 겸손함이 성탄절의 중심 주제이다.
아울러 2000년 전 동정녀 마리아와 성 요셉의 가정에 나셔서 인류를 하느님께 속한 한 형제 자매로 불러모아 하나의 대가족을 이루게 하시려는 뜻이 담겨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가족적 축제가 바로 성탄 전야 미사로 시작되는 성탄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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