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가능합니다. 평화가 가능하다면 평화는 또한 하나의 의무입니다.
인류는 지금 어느때보다도 더 화합의 길을 되찾아야 합니다. 평화 공존의 이상과 그 구체적인 요구들이 개인과 민족들의 의식 안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평화를 선포하는 일은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입니다.
1979년 1월 1일 저의 첫 세계 평화의 날 담화의 주제는 『평화에 이르려면 평화를 가르치십시오』였습니다. 교회는 평화는 가능하다는 단순하고 자명한 이치를 가르쳐왔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는, 평화는 하나의 의무임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가르치는 일
평화를 가르치는 임무에서 특히 절실한 것은 국제 질서를 존중하며 그들을 합법적으로 대표하는 권위의 책임을 존중하도록 이끄는 일입니다. 평화와 국제법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 공동체들은 독단적인 권력의 행사를 막고 논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협정과 조약들을 만들었습니다. 개별 민족의 법과 더불어 만민법(ius gentium)으로 알려진 규범들이 발전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근대 국가의 탄생으로 더욱 가속화됐고,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으며 인류 가족의 일치와 공동 소명을 고려하는 보편 원리들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의사로 합의된 『협약은 준수돼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원칙입니다. 이를 어기면 법이 침해돼 불화와 분쟁이 발생합니다. 특히 법의 힘보다는 힘의 법에 호소하려는 유혹이 도사리는 시기에는 이러한 근본 원리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법의 존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법의 질서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각국 정부는 세계 평화와 안전을 감시하고 인류의 근본 선익을 보존하도록 노력을 촉구할 임무를 국제연합 기구와 안전보장이사회에 맡겼습니다. 그 핵심은 무력 사용 금지였습니다.
국제연합 헌장 제7항에 따르면 이 금지는 두 개의 예외 조항만을 두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법의 권리인 정당방위권이고 두 번째는 집단안보체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보장이사회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기구는 평화건설을 위한 문화적 제도적 토양을 마련하는데 공헌해왔습니다. 국제질서의 강화라는 국제연합 기구의 목표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국제연합 기구는 행정 기구라는 지위를 넘어서 「국가들의 가족」이라는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덕적 중심이 돼야 합니다.
새로운 국제질서와 테러
오늘날 국제법은 현대 세계의 변화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 상황은 국가가 아니라 독립운동과 연관된 단체 또는 훈련된 범죄 조직과 연관된 집단들과 연루돼 있습니다.
국가간 관계를 규정하는 법 체계는 국가로 볼 수 없는 단체들과 연루된 분쟁을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특히 테러 집단들과 관련된 경우에 그러합니다.
테러의 재앙은 최근 더 극심해져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 테러 투쟁을 단순히 군사행동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됩니다. 무력 사용이 필요한 경우라도 테러 공격의 이면에 숨은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 테러 투쟁은 또한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강조해야 합니다.
반 테러 투쟁에서, 국제법은 범죄 예방과 감시, 억제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하는 법적 도구를 발전시키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무력 사용이 법규범 원칙의 포기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결정이 인간의 근본 권리들을 고려하지 않고 성공만을 추구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적이 결코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기여
교회가 전세계에 선포하는 구원의 메시지에는 국가들 사이의 평화 공존에 필요한 원칙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교리적으로 중요한 근본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평화건설은 윤리적 법률적 질서에 대한 존중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국제법은 더욱 강력한 자의 법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국제법의 근본 목적은 『물리적인 무력의 힘을 도덕적인 법률의 힘으로』 대체하여 가해자들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희생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입니다.
국제법은 평화를 추구하는 주된 도구입니다. 국제법은 전적으로 평화의 법이 되기를 점점 더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법은 도덕의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도덕은 정의와 선의 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법을 만드는 데에 준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문화
세상에 참된 평화를 이룩하려면 정의가 사랑 안에서 완성되어야 합니다. 평화에 이르는 첫 번째 길은 법이며, 사람들에게 그 법을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정의를 완성해주지 않으면 이 길의 끝에 다다르지 못합니다. 정의와 사랑은 때때로 반대 세력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동일한 실재의 양면이며 서로 통합돼야 하는 인간 삶의 두 차원입니다.
따라서 개인과 민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용서가 필요합니다. 용서 없이는 평화도 없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중동에서 계속되고 있는 위기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 단순한 정의의 논리를 초월해 용서의 논리에까지 열려 있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 활력을 주고 국제 질서에까지 확대돼야 합니다. 「사랑의 문화」가 다스릴 때에만 인류는 참되고 지속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Omnia vincit amor) 결국 사랑이 승리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승리를 앞당기는데에 투신하기를 바랍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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