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자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차동엽 신부(인천 사목연구소장)
오늘날 한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한 교회 안팎의 다양한 도전들은 복음의 근본적인 메시지에 더욱 주목하고, 신자 생활 안에서 가톨릭교회의 핵심 교리와 전통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그것들을 현대사회와 현대인이 기꺼이 수용할 수 있도록 재조명해 제시할 것을 요청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신문은 두 가지 의욕적인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 하나는 가톨릭교회 신앙생활의 핵심인 성체성사와 미사에 대해 재조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톨릭 신앙의 보화들을 발굴해 시대적 요청에 맞게 재조명하는 것이다.
2004년 한국교회의 신앙과 교회 생활에 지표를 제시할 이 두 기획의 집필자인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와 차동엽 신부(인천 사목연구소장)의 대담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사목적 대안, 앞으로 전개될 기획의 주요한 내용들을 들어본다.
□ 차동엽 신부(이하 차) : 교회의 꽃인 전례 분야의 권위자이시며 사제양성의 요람인 가톨릭신학대학 총장이신 정신부님과 대담을 갖게 돼 영광입니다. 먼저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정의철 신부(이하 정) : 한국교회 역시 사회와 마찬가지로 현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고 변화되고 있습니다. 신자들 역시 많은 비복음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어서 80년대 고성장 시대 이후 90년대 들어 양적인 신자 증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신자들은 신앙 생활의 척도로 주일미사 참례(60.9%)를 꼽았습니다. 2위는 기도, 3위는 성사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말하는 신앙생활의 척도인 주일미사 참례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특히 48.3%가 미사 참례의 목적을 찬미와 감사라고 했지만 두 번째로 높은 순위인 30% 가량이 『의무감에서 미사에 참례』한다고 말해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냉담률이 40%에 육박하고 미사를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를 매우 어둡다고 하겠습니다.
□ 차 : 한국교회의 현실은 두 가지 면에서 「위기 국면」입니다. 첫째, 최근 10년간의 교세 통계 변화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90년대 이후 통계상 여러 수치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신자 증가율의 경우 80년대 7.7%였으나 90년대 들어서 계속 하락해 94년에 4.02%를 기록했고 98년과 99년에 0.3%씩 오르더니 2000년부터 급락해 2002년 현재 2.8%입니다. 냉담률은 35.1%, 주일미사 참례율은 26.5%를 기록했습니다.
둘째, 신자들의 교회 생활이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단체 가입이 줄고 있고 영성적 갈증을 요가, 명상, 기운동 등 교회 밖에서 해소하려는 경향이 짙어집니다.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실망과 불만이 체념과 무관심의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 정 :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차 : 종교를 찾는 이들의 「수요」나 「욕구」를 읽으려는 자세가 결핍돼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다원 종교 시대의 현실을 「종교시장」으로 표현합니다. 종교영역에도 시장 논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필패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가톨릭의 이미지가 좋아서 배짱이 통했지만 이제 시대는 비정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99년 갤럽조사에서 한국인이 종교를 믿는 이유 중 「마음의 평안」(66.8%)이 가장 높았습니다. 또 80%가 종교 교리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많은 한국인들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교파, 교리, 진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명상, 좌선, 요가, 기수련 등에 기웃거립니다. 이러한 사실은 냉담자와 이탈 신자가 증가하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가톨릭이 「마음의 평안」을 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밀려난다는 것입니다.
▷ 정 : 주5일 근무제 등 여가 문화의 변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문화적 접근을 통해 선택 가능한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문화의 복음화와 신앙의 토착화가 동시에 수행돼야 합니다. 아울러 무엇보다 주일의 전례적, 영성적 의미가 강조돼야 합니다.
대중 매체가 중요한데, 모든 매체를 활용해 교회 가르침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중매체를 통해 신영성운동이나 물질주의적인 사고가 횡행하는데 이러한 영성적 대안들은 비그리스도교, 나아가서 반그리스도교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며 특별히 대중매체를 복음화의 도구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복음화의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 차 : 젊은 세대의 신앙실태가 매우 우려되는 문제인데요, N세대로 일컬어지는 신세대는 한마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대입니다. 이는 본능, 감각, 느낌을 전통과 권위를 수용하는 척도로 내세웁니다. 본능, 감각, 느낌을 충족시키면 모두 옳다는 입장이지요. 그래서 상대주의가 판을 칩니다.
이런 세대에게 기성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권위는 설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그래서 40대 미만 연령대의 교세가 이미 위험한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이들에게 가톨릭은 「재미없고」(전례), 「고리타분하고」(교리), 「부담스럽기」(교회법) 때문에 교회를 빠져나갑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을 교회가 채워주지 않는데 실망하고 타종교의 가르침과 수행법을 기웃거립니다.
이론적으로 대안은 간단합니다. 전례가 재미있게 바뀌고, 교리가 의무 중심에서 탈피해 은총 중심으로 바뀌고, 교회법의 운용에 사랑과 배려의 차원이 강화되면 됩니다. 물론 이런 것은 당장 실현될 일은 아니지요.
▷ 정 : 얼마전 고3 수험생 피정 미사를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게 봉헌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 미사에서는 젊은이들이 강론을 신부와 함께 제작하고 출연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영상물을 감상하며 응답하는 등의 참여 방식이었습니다.
N세대에 대한 접근은 그들의 말로 「업데이트」(Update) 돼야 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참여정신」입니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 즉 교회의 역동적인 정신입니다. 젊은 사제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구상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앞으로 젊은이들을 지도한다기보다는 그들이 바로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지원해야 합니다.
□ 차 :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일선 사목현장에서의 대안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저는 첫째, 사목이 「복음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주는 이」와 「받는 이」가 구분돼 있는 이전의 「선교 및 사목」 구조로부터 「스스로」와 「이웃」 「세상」을 대상으로 하고 모두가 주는 이, 모두가 받는 이가 될 수 있고 참여, 책임, 정체성을 보장해주는 「복음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신앙 교육이 「의무신앙」 구조에서 「신나는 신앙」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미사, 고해성사, 교무금 등을 의무로 할 때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겠습니까. 21세기 사람들은 내가 좋아야, 재미있어야 뛰어듭니다. 복음에 충실한 신바람 신앙교육이 이뤄질 때 신자들을 교회를 떠나라고 해도 떠나지 않습니다.
▷ 정 : 전례와 선교, 즉 성화된 삶의 뿌리는 전례의 효과적인 참여에 있습니다. 효과적 참여란 성사의 객관적인 은혜에 인간의 노력을 합치는 것입니다. 인간의 노력이란, 전인적인 노력입니다. 따라서 예식 참여 자체 뿐만 아니라 예식 전의 내면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공의회의 전례헌장에서 언급하듯 전례에 대한 능동적 참여는 교육을 통해서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차 : 이제 정신부님과 제가 집필하게 될 기획물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려야 할 듯합니다.
21세기 가톨릭의 생존을 가름하는 세 가지 승부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영성」 「마음의 안정」 「40대 미만층의 취향」입니다. 교세성장이 지체되는 이유는 여기에서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바로 「가톨리시즘」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대변합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 복음, 그리고 2000년 동안 숱한 도전을 이겨내면서 검증된 전통이 있습니다. 이런 보물들을 발굴해 시대의 요청에 맞게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 제가 연재할 「이것이 가톨릭이다」라는 기획물의 취지가 되겠지요. 전반적으로 종교다원주의 시대 속에서의 가톨리시즘의 포용력과 차별성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 정 : 전례생활에 대한 한 조사에 의하면, 신자들은 미사에 대해 「만족한다」가 40%, 「신자들의 역할이 적다」가 25%, 「교육이 미미하다」는 의견이 28%였습니다. 미사 참례에 방해되는 요인에 대해서는 신자들 스스로 「전례에 대한 의식수준이 낮다」를 1위로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두 가지가 해결돼야 합니다. 첫째, 전례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둘째, 고양된 의식 수준과 함께 각 연령과 전례 시기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안에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유발하는 역할이 확대돼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집필하는 미사해설에서는 교육 차원에서 미사의 명칭과 기원, 미사의 발전 역사, 의미와 중요성, 미사 거행에 필요한 제반 요소 등 총론에서부터 각 예식 부분의 구조와 의미 등을 이번 한해를 통해 자세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