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으면 평화롭다. 그렇지만 기도를 마친 후 『아멘』 하고 자리를 뜨면, 하나처럼 보이던 교우들이 각각 분리되어 보일 때가 있다. 하나의 문제, 하나의 사건을 두고 생각하는 바가 틀린 것이다. 때로는 복음적 시각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생긴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하나됨으로 나아가는 필요한 과정일 것이라 위안해 본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직장에 가서 저녁에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도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미사 중간에는 몰랐었는데, 참석한 교우들 안에는 사(使)측 입장에 있는 사람도 있었고 노조(勞組)측 입장에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 자리에서 미사를 정성껏 잘 봉헌하고 2차 모임에 가서 음식과 술을 나누게 된 자리에서 노조측 입장에 있었던 형제님이 사투리를 섞은 특유의 입담으로 노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회사 측 간부 형제님이 『자, 그 얘기 좀 그만 하고, 술 한 잔 하게』라는 말로 자리를 권하였다. 대화를 들어보니 평소 서로 사이가 좋아 큰 격 없이 호탕하게 말씀을 나누셨다. 다른 데서 온 객(客)인지라 서로가 어떤 문제에 어떤 쟁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너무 민감하여 서로 각자의 생각을 모두 내놓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주님의 형제들로서 서로간의 예의를 지키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신자이지만 동시에 회사의 구성원들이기에 각각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갈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방법이 옳은 방법일까. 이런 고민들을 편안하게 서로 나누며 각자의 회사업무, 근로조건, 그리고 신앙까지 재정립할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직장 소공동체에서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진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복음을 깊이 있게 나누며 생활화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서로 마음과 생각을 나누면 나눌수록 획일이 아닌 하나됨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될 것이고, 그만큼 하느님의 나라는 앞당겨지게 될 것이다.
평화롭게 잠자고 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하나됨을 위한 나름의 노력들이 간절했다면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혹 그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추운 날 고생하시는 아기 예수님께 추운 우리 마음을 봉헌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동안의 일은 잠시 잊고 아기 예수님과 함께 편안히 잠을 자며 좀 쉬자. 그렇게 작은 죽음을 체험하며 새해 새롭게 다시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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