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 제생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와 산소호흡기의 부저 소리만이 가득한 이곳에 필리핀 신생아 쟌 클라우드가 누워있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눈에 띄지만 대부분 아기들이 그렇듯 근심 하나 없는 순진한 얼굴의 클라우드.
하지만 이불을 들추자 너무도 안쓰러운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코와 옆구리, 발을 휘감고 있는 호스와 주사바늘. 채 3kg도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체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 보였다.
흡인성 폐렴, 신생아 경련,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의증. 태어난 지 한달이 채 안된 클라우드는 너무도 많은 병을 홀로 지고 있었다.
클라우드는 태어날 당시 뇌에 손상을 입어 입으로 빨기와 삼키기를 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 수유가 가능하더라도 발달지연이나 정신지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다.
이렇게 중병을 앓고 있는 클라우드를 부모는 마음놓고 보러 올 수가 없다. 99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클라우드의 아버지 요셉은 경기도 모처 쓰레기 공장에서 일하다가 같은 필리핀 노동자 포틴을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6일 클라우드가 태어났다.
하지만 체류기간 4년이 넘은 두 사람은 모두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정부의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병원 중환자실로 보내져 투병중이지만 부모는 단속 때문에 병원에도 제대로 오지 못하고 공장 숙소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한밤 중 인적이 뜸한 때를 이용해 병원에 와서 아기얼굴 보고 가는 게 아버지 요셉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입원한 지 채 한 달이 못됐지만 밀린 치료비가 800여만원에 달한다. 산후조리 때문에 엄마 포틴은 일을 못하고, 요셉 혼자 버는 돈은 고작 90여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불법체류자여서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단속에 걸릴지 모르는 형편이다. 자신이 벌어 송금한 돈으로 생활하는 필리핀의 가족들에게 치료비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다.
필리핀공동체와 이 병원 직원들이 딱한 사연을 접하고 성금을 모았지만 치료비를 보태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날 클라우드의 부모를 대신해 병원 사회사업과를 찾은 장 글렌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필리핀 사목 전담)는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혀 쫓기고, 거기에 아기까지 저렇게 병으로 고생하고 있어 요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클라우드는 외국인이기 전에 하느님이 보내주신 한 생명이라고 생각으로 많은 은인들이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81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