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의 핵심은 미사전례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례생활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본지가 기획한 ‘미사, 얼마나 아십니까?’는 미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꼼꼼하게 짚어주고 알려줌으로써 신앙 생활이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집필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정의철 신부가 맡는다.
최근 들어 신자들 사이에서 성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고 그 배움의 기회도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회 가르침의 기본 정신 중의 하나인 전례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에는 전례는 사제가 주가 되어 이루는 것이고 신자들은 단지 참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측면도 있을 테고, 한편으로는 전례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전례라는 것이 교회 생활 전반에 관련되는 것이기에 너무 막연하게 혹은 너무 광범위하게 생각되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교회 가르침의 3대 기본 정신은 첫째로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을 삶과 행동으로 증거하는 것이고, 둘째로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셨던 것처럼 봉사하는 것이며, 셋째로 전례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우리는 성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도행전 2장 42절을 보면 초대 교회의 이상적인 모습도 다른 것이 아니라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증거), 서로 도와주며(봉사),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전례)에 전념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생활, 특히 수난과 부활을 통해서 이룩하신 구원업적을 완전히 재현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전례의 주체는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분이 직무를 부여하신 교회이다. 전례에 모인 공동체는 구체적인 전례 행위 안에서 그 직무를 수행하며, 그리스도 신비체를 이루는 개개인의 지체들은 신분과 직책 및 실제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전례에 관여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품을 통해 각각 고유한 직무를 부여받은 성직자들이 실제로 많은 전례 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들만이 전례의 공식 집전자이거나 모든 전례의 주체인 것은 결코 아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 모든 교우들도 직접, 간접으로 전례의 주체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우들은 성직자와 함께, 또 성직자를 통하여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에 화답하며, 제물을 봉헌하고,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세상 구원을 위하여 간구함으로써 전례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례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교우들은 전례의 주체로서 모든 전례 행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곧 전례에서 이루어지는 예식들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모든 전례 안에서 자기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교우들이 전례의 주체로서 좀 더 완전하고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표지인 말(기도, 성서말씀, 사제와 회중이 주고 받는 말, 미사 경문 등), 동작(꿇고, 고개 숙이고, 합장하고, 일어서고 하는 동작과 사제의 동작 등), 전례 용구(빵, 포도주, 성유 등)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럴수록 교우들은 전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삶과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의 의미를 깊이 체험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삶과 전례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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