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70대 노부부의 이야기.
남편은 1미터 조금 넘는 키를 가졌다. 주위로부터 「난쟁이」라는 조롱을 들으며 한평생을 살아왔다. 아내는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남들은 「조금 모자란다」고들 말한다.
남편은 농사를 짓고, 아내는 그것을 내다팔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삶의 동반자로 한 길을 걸어왔다. 고달픈 삶 때문이었을까? 몇 해 전 아내가 중풍으로 앓아누웠다. 아내에게 보살핌 받던 남편이 이제는 아내의 곁을 지키며 손과 발이 되어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다.
권경옥 할아버지(요셉·71·안동교구 서문동본당)와 우산월 할머니(마리아·72). 40여년을 함께 살아온 이들 부부의 삶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면서 돌을 던지고 해서 장에도 못나가 봤더래요. 물론 학교가서 공부하는 것은 꿈도 못 꾸었지』
할아버지가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보면서 모두 다 같은 사람인데, 왜들 그러느냐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거든다.
이렇듯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이들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이 다가왔다.
6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할머니를 돕기 위해 서문동본당 「성실하신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재가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단원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기도에 이들 부부는 2000년 대희년 부활절, 요셉과 마리아로 새롭게 태어났다.
『성당에 가면, 나같은 사람에게도 인사하며 손을 잡아주고, 늘 관심을 갖고 도와주니 감사할 뿐이야』
70평생을 살아오며 이제서야 사람사는 대접받는것 같다는 할아버지. 성당에 가면 항상 감사기도를 한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돼 감사하고, 또 이웃들의 사랑에 감사하고….
그런데 요사이 또다른 기도거리가 생겼다. 할머니한테 짜증 안부리고, 큰소리로 화내지 않는 것. 7년째 아내의 대소변을 다 받아내고, 살림까지 도맡아 하다보니 가끔은 울화통이 치밀기도 한다.
『어떨때는 힘들어서 술기운을 빌어 대소변을 받기도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하고 씩 웃어버린다. 그 웃음에 할아버지도 불평을 그치고, 꼭 고해성사를 봐야겠다고 말한다.
함께해온 세월을 보여주듯 무척 닮은 이들 부부.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마디에 비록 표현은 투박해도 정이 녹아있다.
『어제는 밥도 안먹고, 떡만 먹는다고 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영감이 해주는 건 별로 맛이 없어』
아내에게 평생 진 빚을 갚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는 요셉 할아버지.
『서로 모자래이(모자라니까) 같이 살지, 똑똑하면 같이 붙어살겠어요?』
부족함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기는 더 어렵다. 그 부족함을 고마워하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사는 노부부. 작은 것에 상처받고 쉽게 헤어지고마는 요즘 젊은 부부의 삶이 노부부에게 어떻게 보일까.
봄이 오면, 할아버지는 오토바이에 수레를 달고 할머니를 태워 바깥 바람을 쐬줄 것이다. 키 작은 할아버지가 세발 오토바이 뒤에 할머니를 태우고 마을 이곳저곳 다니는 시골 풍경이 또다시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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