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 교황은 로마 교구의 교구장 주교이자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서방 교회의 최고 사제이고 바티칸 시국의 원수이다. 교황은 실제적으로 세계 주교단의 단장으로서 현세 교회의 통괄적인 최고 사목자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교황을 일컫는 말 중의 하나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그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교회를 구체적인 공동체로 세웠다. 예수님은 현세 교회를 이끌고 지도할 권한을 열두 사도에게 주고 세상으로 파견했다.
특히 사도단을 구성할 때 그들 중에서 시몬을 반석이라는 뜻을 지닌 「베드로」라고 이름지어 사도단의 으뜸으로 세웠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초대교황이 되어 교회를 이끌었고 후임 교황들은 그 후계자로서 만백성을 하느님께로 인도해가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온 것이다.
원래 이름은 시몬
베드로의 원래 이름은 시몬이다. 갈릴래아 지방 베싸이다에서 유대인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난 시몬은 아버지와 동생인 안드레아와 함께 고기를 낚는 어부였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베드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운다. 새 이름을 받았다는 것은 그의 삶 전체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가리키며 바로 그 때부터 그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결혼한 후 가파르나움으로 이사해 살았던 그는 한 마디로 굳은 결단력과 의지, 지혜로써 사도들을 이끌고 하느님 백성을 지도할 만큼 높은 학식도, 재능도 갖추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소신 없이 행동했으며 때로는 단호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에는 무분별하고 경솔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세속적인 견지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지도자도 전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예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것은 오히려 하느님의 능력과 섭리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그를 향해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제부터 당신은 사람들을 낚을 것입니다』(루가 5, 10)라고 일러 그를 제자들 사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려준다.
복음서들에서는 그의 역할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일러주고 있지만 그가 사도단의 으뜸으로 세워진 것을 한결같이 보도한다. 마태오복음은 16장 18절에서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라며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울 것임을 약속한다. 이어 19절에서는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베드로에게 탁월한 위치가 주어졌음을 알려준다.
루가복음 22장 31절과 32절에서는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다오』라며 베드로에게 다른 형제들을 부탁하고 요한복음 21절 15절 이하에서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며 당신의 양들을 맡기셨다.
루가복음서에서 부활한 예수님은 또 베드로에게 특별히 나타났고 부활 후 베드로의 특수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루가 24, 34). 루가에게 있어서 열두 사도는 역사적인 예수님과 교회의 역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면, 베드로는 이 연결 고리의 가장 탁월한 위치에 있는 제자인 것이다.
초대 교회에서도 베드로는 지도적인 인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도행전에 의하면 베드로는 항상 부활 후 열한 명의 사도단이 언급될 때 가장 먼저 등장한다. 유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마티아를 선출할 때에도 그는 선출 과정을 이끈다. 예루살렘 교회 안에서 그는 처음으로 공개 설교를 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예루살렘 교회의 대변인이었고 유대 원로원에서 사도들의 활동을 변호했다.
특히 그는 10장 24절 이하에서 이방인 개종자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 사도단의 단장으로 행세했다. 이 대목에서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베드로의 인식 전환을 통해 이방인들에게까지 확장된다. 또 15장 7절 이하에서 나타나는 구약 율법 문제에 있어서도 베드로는 단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로마서 첫째 편지 작성
전승에 의하면 베드로는 예루살렘과 팔레스티나에서 선교하다가 로마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생애 후반기에 로마로 가서 로마 교회를 창설하고 거기서 자신의 첫째 편지를 썼으며 네로의 박해 때인 65년에 로마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의 후계자인 로마의 주교는 당연히 베드로의 권위와 책임을 계승한 것으로 확신했고 교회도 그렇게 인정했다.
하지만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교회의 전승은 정확하지 않다. 이는 2세기말과 3세기초, 베드로가 로마를 여행하고 순교했다는 전승이 정립되면서 확정됐다. 테르툴리아노에 전해진 전승에 의하면 베드로는 네로 황제의 대박해 때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었다고 전해진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은 베드로의 유해가 묻혀 있다고 믿어지는 장소에 건립됐다. 원래의 베드로 성당은 90년경 교황 아나글레토가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운 작은 경당이었는데, 그 뒤 콘스탄틴 대제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고 믿은 바티칸 언덕에 바실리카식 성당을 건축했다. 평지 위에 성전을 세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힘들게 언덕 위에 성전을 건축한 것은 베드로의 유해가 그곳에 묻혀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신이나 무덤이 정확하게 발견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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