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와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가 공동 발간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관계 연구 보고서」는 지난해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를 기록, 조만간 50%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51%)과 스웨덴(48%)을 제외하고 이혼이 자유롭다는 노르웨이(44%), 영국(42%), 캐나다(38%), 프랑스(33%), 독일(30%) 등 대부분의 국가에 비해 우리의 이혼율이 더 높았다.
눈여겨 볼 것은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지난 80년 5.9%, 90년 11.4%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갑자기 높아졌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 7만9895건이었으나 1998년에는 11만1727건이었다. 보고서는 「외환위기로 촉발된 경제적 위기가 가족해체 양상을 가속화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의 이혼 문제는 서구의 이혼 경향과 달리 경제문제가 파경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문제로 갈라선 사람은 1만9727명. 10년 전인 1992년(1042명)보다 19배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이혼자 수가 2.7배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가속도가 7배나 빠른 것이다.
가정문제 관계자들은 경제적 위기로 이혼을 선택한 이들은 대부분 IMF 사태 이후 실업사태를 겪고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에 이른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혼이 개인간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3866명이었던 이혼자 수는 그후 5년만에 5.1배 증가했다.
한 여성의 전화 상담원은 『최근 들어 빈번한 상담 사연중 하나가 카드빚 등 경제문제』라면서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다 이혼을 결심하기도 하고 가족 전체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신빈곤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서울?경기지역 신용불량자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응답자의 74%가 『가정경제가 이미 파탄났거나 곧 파탄날 것 같다』고 밝힌 내용을 보고했다. 응답자중 5%는 이미 『집안에 가출자가 있다』는 대답도 들려줬다.
전문가들은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자가 급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생활형편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데다 여성의 경제-사회적 참여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혼부부들의 이혼이 늘고 있는 추세도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2003년판 사법연감」에 따를 때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는 총 4만7500건, 하루 평균 130건이다. 그런데 이혼소송을 낸 전체 부부 가운데 결혼 3년 미만 신혼부부가 49.5%를 차지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40.4%) 이래 신혼부부의 이혼소송 제기 사례는 5년째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이 빈발하면서 사회가 부담하게 되는 부작용은 가족해체 급증으로 인한 여성가구주의 급격한 증가, 남성 가구주와의 결별에 따른 주 소득원 상실과 그로인한 모자 가정 빈곤의 장기화 등이다. 또 빈곤아동들은 결식 학대 등 대부분 방임상태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혼이라는 현상은 단순히 남녀가 결혼의 서약을 번복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요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혼의 직접적인 희생자는 자녀들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혼 자녀의 50%가 비행 청소년이 되거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고 밝히고 『특히 사춘기 이하의 자녀들이 갖는 심리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혼에 따른 각종 후유증도 대부분 이혼 전보다 더 힘든 고통을 느낄 만큼 심각할 수 있다. 가족의 몰이해, 이혼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고 자녀가 있으면 후유증은 더욱 깊고 오래 지속된다.
교회적 시각에서는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이혼의 계속적인 급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목헌장 52항에서도 「가정은 사회의 기초」임을 명시하고 있듯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이 이혼으로 쉽게 깨진다는 것은 결국 사회의 안정성 역시 크게 위협받게 된다는 결론에서다. 특히 「작은 교회」인 가정 붕괴는 교회의 붕괴로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보다 깊은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으로 파경을 맞는 부부들이 많은 상황에서 부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결혼의 신성성과 의무 책임을 깊이 인식시켜주는 혼전 교육과 ME나 선택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교회내 혼인교육 관계자들은 『가정문제 상담기관에서 운영하는 혼인교실이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이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부부간 신뢰를 쌓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기회』라면서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남성은 늦고 여성은 빠른 경향이 있는데 특히 가나강좌의 교육 프로그램 강화는 부부 역할 및 결혼과 남성 여성의 가치관을 바르게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혼전 교육과 관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공동체」 66항을 통해 『교회는 많은 젊은이들이 당하는 어려움을 가능한한 제거하기 위하여, 나아가서 성공적 결혼의 시작과 성숙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하여 더욱 적합하고 집중적인 결혼 준비 과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혼율을 줄이기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절실하다. 실상 우리나라 결혼 대비 이혼율은 1980년 5.9%, 90년 11.4% 등으로 10∼20년에 급상승했으나 이혼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공동체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혼으로 인한 편부 편모 가정이 겪는 자녀 양육문제와 사회적 편견, 제한된 여성의 취업 기회 등 이혼 가정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 이혼을 줄이기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돠 교회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 가족해체에 따른 빈곤의 악순환도 적극 대처해야
최근 이혼 후 이어지는 신빈곤 현상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와 지원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이 공동으로 발간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관계」 보고서는 남성배우자와의 결별은 가정 주 소득원의 상실로 이어져 가족 해체로 형성된 여성가구주 가구가 경제적으로 빈곤문제에 직시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성가구주의 빈곤은 아동방임현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 방임아동들이 또한 그대로 방치될 경우 빈곤이 세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1980년 14.7%에서 2000년 25.9%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가구주의 빈곤율은 최저 생계비 또는 평균소득의 40%를 기준으로 한 빈곤율 측면에서 남성에 비해 최대 3.83배에 달하고 있으며, 이혼여성의 41.1%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수준에 있고 62.5%가 최저생계비 150% 이하의 차상위 계층(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바로 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30대 모자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2.4%는 빈곤을 장기적으로 겪고 있다.
현재 사회적 보호가 절실한 아동들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아동과 비수급 빈곤가구의 빈곤 아동, 해체가구의 아동 등을 포함해 11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제외하고는 가족 해체로 인한 여성의 소득저하에 대한 직접적인 사회안전망 대응책은 전무한 상태다.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 해체가정의 빈곤 감소를 위해 아동이 16세가 될 때까지 근로의무를 부과하지 않거나 주택급여 및 난방보조, 아동 수당과 양육비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복지와 경제…」 연구 책임자인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베드로.44)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혼의 예방은 둘째치고라도 그로 인한 빈곤과 양육의 어려움 등을 시급히 막아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가족 해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정부정책과 종교 및 기관단체의 공동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교수는 『가정이 파괴되는 경제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 앞에서 교회의 방파제 역할이 미흡했음을 직시하고, 이혼여성과 해체가정의 아동들에 대한 편견 등을 불식시키는데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