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는 예수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함께 거행하신 최후만찬에 기원을 둔다. 신약에서 최후만찬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은 사도 바울로가 55년경에 쓴 1고린 11, 23~26과 70년경에 기록된 마르 14, 22~25, 그리고 8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태 26, 26~29와 루가 22, 19~20 등의 네 만찬 기사이다.
그런데 이들 네 가지는 역사적 최후만찬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초대교회 때 각 지역에서 거행하던 성찬례문을 전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성서 저자들의 의도가 역사적인 사실 보다는 그 당시 성찬례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전해주려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에 따르면 최후만찬은 분명히 유다인들의 3대 종교 축제중의 하나인 해방절 축제 때 지내는 「파스카 만찬」 중에 거행됐다. 또 최후만찬은 거행 날짜, 구조, 분위기, 의미 등에서 유다인의 파스카 만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사와 그 기원인 최후만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스카 만찬 예식을 이해해야 한다.
파스카 만찬 예식의 절차
파스카 만찬 예식의 절차는 이러하다. 주례자를 중심으로 식탁에 앉으면 주례자가 포도주가 든 잔을 들고서 축제 시작을 선언하고 축일과 잔 축복기도를 바친다. 주례자의 축복기도가 끝나면 모두 잔을 들고 포도주를 마신 후 주례자는 손을 씻고 쓴 나물과 채소를 소금물이나 식초에 담그고 축복기도를 바친다. 이때의 쓴 나물은 에집트에서의 종살이를 상징하고, 채소는 희망의 봄, 소금물은 에집트에서 흘린 눈물을 상기시켰다.
이어 주례자는 만찬의 시작을 상징하는 뜻에서 빵을 둘로 쪼개며 빵 나눔의 의미를 말한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에집트 땅에서 먹었던 고통의 빵입니다. 주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함께 먹게 합시다. 가난한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우리와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게 합시다. 지금은 우리가 여기 있지만 곧 우리는 약속의 땅에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종살이를 하지만 곧 우리는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이어서 일명 학가다(HAGGADA) 예식이라 일컫는 본 예식으로 들어간다. 양고기가 식탁에 놓이면 주례자는 두 번째 포도주 잔을 채우고, 참석자 가운데 가장 어린 소년이 누룩 없는 빵, 쓴 나물, 구운 양고기 등의 의미에 대해 물으면 주례자는 에집트 탈출 기사의 내용이 담긴 「미드라쉬」를 낭독한 다음 질문에 대답한다(출애 12, 1~14 참조). 주례자의 대답이 끝나면 모두 첫 번째 알렐루야 시편(113~114편)을 읊으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술잔을 비운다. 이어 주례자는 본 식사를 위한 준비 예식으로 손을 씻으며 기도한 다음 일상 식사 때와 같이 식사한다.
식사가 끝나면 식후 감사예식으로 주례자가 세 번째 잔을 들고 축복기도를 바치고 모두 잔을 마신다. 그 다음 모두 일어서서 두 번째 알렐루야 시편(115~118편)을 노래하고 마침기도를 바침으로써 파스카 예식을 마친다.
이처럼 파스카 만찬 예식은 그 구조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처럼 에집트 탈출사건을 기념하면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고 메시아 구원을 기다리는 성대한 식사였다.
미사 역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로 완성된 인류 구원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천상잔치를 기다리는 예식이다. 이처럼 유다인의 파스카 예식과 미사는 그 의미나 구조 등에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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