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담장과 철조망, 굳게 닫힌 철문. 그 안에서 똑같은 옷에 번호표 하나로 인지되는 재소자들. 일반인들에게 교도소와 구치소 재소자들은 죄의 경중을 떠나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다. 교정사목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의 활동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울 가락동본당 교정사목회(회장=박점덕 안젤라)는 비록 역사는 길지 않지만 알토란같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가장 음지에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본당에 교정사목회가 생긴 것은 2002년 12월 15일. 본당 관할인 가락2동에 성동구치소가 있어 교정사목후원회의 활동이 필요하겠다는 본당주임 김용태 신부의 제안으로 창립됐다.
창립 당시 회원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점덕씨 한 명. 게다가 박씨는 교정사목이 어떤 것인지도 제대로 알 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회원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다.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은 신자들은 구치소 내 봉사에 거부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신자도 있었다.
어렵게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소개를 받아 구치소를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2003년 2월. 첫 방문때 만난 성동구치소 여사(女舍) 재소자들은 무섭지도 험하지도 않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서먹함에 말은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자신들을 찾아 줘 감사하다」는 마음 섞인 눈길은 금새 알 수 있었다.
이후 교정사목회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성당에서 후원회원과 재소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첫째 주 목요일과 둘째 주 금요일에는 후원금으로 마련한 음식을 준비해 구치소를 방문, 재소자들과 함께 성서묵상 나눔을 갖고 있다.
후원회의 활동이 알음알음 알려져 이제는 활동하는 회원도 12명으로 늘어났고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납입하는 신자들도 50여명에 달한다.
원활한 후원활동을 위해 회원들은 사회교정사목위 주최로 열리는 교정상담교육에 참가, 교정사목에 관한 기초지식과 재소자 만남에 있어 필요한 사항들을 배우고 있다.
박점덕 회장은 『복음 나눔 때 흐느끼는 그들을 보며 오히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움을 느낄때가 많다』며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로 응답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담장 안에 갇혀 사는 죄인이지만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죄를 짓고 사는 죄인이에요. 다 같은 죄인들인데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성당 만남의 방에서 만난 후원금을 받고 있는 교정사목회 회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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