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심으러 갑니다』
식물 육종법을 전하러 올 초 아프리카 잠비아로 파견되는 김영모(프란치스코.58.수원교구 영통 영덕본당) 박사에게서는 이제 막 사회진출을 앞둔 20대 청년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패기가 전해져온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을 시작으로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 등에서 한평생을 보낸 김박사는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미지의 땅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노후를 설계하느라 정신이 없다.
김박사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삶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잠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인구의 80%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버림받은 땅이다. 그가 퇴임 후 편안한 노후를 즐길 나이에 고생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가톨릭신문을 통해 잠비아의 실상을 접하면서였다. 이미 지난 1996년 잠비아에 진출해 가난한 이들과 살고 있는 프란치스꼬 전교봉사 수녀회를 찾아 몸소 도울 방법까지 찾아 나섰으니 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그의 열정만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오히려 김박사는 『제가 받은 주님의 은혜를 나눌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은총이냐』며 말한다.
더구나 김박사의 이런 「모험」에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 문영애(글라라.58)씨도 함께 할 계획이어서 이채를 띤다. 그러나 김박사 부부는 잠비아행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몇 차례 「모험」을 감행한 경험이 있는 용감한 부부다. 지난 97년 11월부터 꼬박 2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함께 육종법을 전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베트남 임업연구원에서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김박사가 처음 육종기술 전수를 위해 이국땅을 밟은 것은 지난 96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합류해 중남미의 저개발국 과테말라에서 45일간 봉사활동을 펼친 게 그의 첫 경험이었다. 이후에도 코이카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달란트를 나눠온 셈이다. 그런 그의 눈에는 천혜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이용할 줄 몰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의 삶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그만 제 능력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하느님의 이끄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박사의 육종기술 해외전수 사례가 알려지자 동남아시아는 물론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도 그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어는 물론 일어, 인도네시아어 등에 능통한 김박사는 우선 잠비아에서 한국 선교사들과 합류해 육종기술을 전수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함께 할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임업학이란 존재도 없는 잠비아의 대학에 학과 개설을 도와 살길을 마련하는 일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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