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쁨은 평화로 영글고
「만남」 그 자체가 바로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만남의 기쁨은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평화가 열매 맺는다.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한국 떼제공동체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면 알음알음 모여든 십여명의 젊은이들과 수사들이 저녁기도를 바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종교, 나이, 직업, 생활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르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 이들도 함께 있다. 「종교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있는 그 자리에서 함께 기도한다.
기도는 침묵과 성서말씀, 떼제기도라고 불리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성가로 진행된다. 비신자들도 거부감없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다.
떼제공동체 수도자들의 생활 모습은 「화해와 일치」의 표징으로 일컬어진다.
『그리스도인들끼리 갈라져 있으면서 어떻게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겠는가?』떼제공동체 창설자인 로제 수사는 제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이러한 고심을 시작했다. 이어 그리스도 안에서 참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평화와 화해, 신뢰를 전하는 삶을 살기 위해 프랑스 동부 떼제에서 초교파적인 공동체를 일궜다.
이 국제수도회에는 현재 30여개국 출신 100명의 수사들이 생활하고 있다. 개신교, 동방정교회, 성공회 등 출신종교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공동목표는 「신뢰와 평화」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애를 나누고,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직접 나아가 돕는다.
화곡동 떼제공동체는 프랑스 떼제공동체의 한국 분원격이다. 가톨릭과 개신교 출신 수사 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누구나 지극한 환영을 받는다. 일치주간을 앞두고 기자가 찾은 날에는 마침 「종교간 화해」를 화두로 이야기가 나눠졌다.
『함께 기도하면서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각 본당에서는 일치주간이 무엇인지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일반신자들은 여전히 개신교에 대해 거부반응부터 보이죠. 지역사회 안에서도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이날 모임에 함께한 안재선(안토니) 수사는 『그리스도께서는 종교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교의 삶」을 주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며 『사람들이 일치하지 못하는 것은 「대화」를 원하지는 않으면서 그저 「믿으라」고만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떼제공동체 수사들은 떼제를 찾는 이들에게 그들의 삶을 강요하지 않는다. 떼제 이름으로 그룹을 만들고 떼제 기도나 노래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것도 특별히 원치 않는다. 또다른 분파나 권력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단지 부활하신 하느님 안에서 기쁘게 살며 기도를 통해 서로 만나 대화하고, 화해와 평화가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떼제기도 및 모임문의=(02)2606-7079
▲ 떼제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평화와 화해, 신뢰를 전하는 삶을 살기 위해 프랑스 떼제에 설립된 초교파적인 공동체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직접 나아가 돕는 활동을 한다. 사진은 서울 화곡동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떼제공동체 기도모임.
■ 교회일치 노력 '포콜라레 운동'
종교넘어 있는 그대로 사랑
『우리가 모든 것에 앞서 서로 사랑하라고 한 베드로 사도의 말을 산다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앞서」라는 말은 예배나 미사에 가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서로간의 사랑이 먼저 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할 때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하느님 나라가 있는 곳에 나머지는 저절로 오게 마련입니다』(끼아라 루빅).
마리아의 사업회(포콜라레 운동)는 창시자 끼아라 루빅이 강조한 바대로 자신들이 펼치는 교회일치 운동을 「삶의 대화」로 여긴다.
『모든 이가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한 17, 21) 말씀을 목표를 지니고 있는 이들은 그 가르침대로 만나는 이들과의 일치를 생활화하고 또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향한다. 그런 면에서 회원 각자가 처한 사회 환경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교파나 종교에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노력한다.
1960년대 루터교 신자와의 교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교파 안에 번지게된 이들의 교회일치 운동은 복음에 따른 「생활 말씀」을 각자의 환경에서 어떻게 실천하였는지 그 경험을 나누는 삶이 특별히 개신교 신자들에게 충격을 주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997년 4월 이태리 로마 카스텔간돌포 마리아뽈리 센터에서 열린 일치 모임의 경우 전세계 56개국에서 70개 교파 1200여명의 크리스찬들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 자리를 통해 수십개 교파의 크리스찬들이 한 믿음 안의 형제애 경험을 나누고 초대 교회의 정신을 체험했다.
한국은 1969년 포콜라레 운동이 시작된 초창기부터 교회 일치운동이 병행됐으나 일치 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매년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회원들이 기도회에 참석한 것도 중요 활동 중 하나였다.
포콜라레 운동의 「일치의 대화」는 삶의 대화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면이 특징적이다. 행사 차원의 모임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랑으로 다른 교파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하게 하며 모든 이를 포용하게 한다는 입장에서다.
삶 속에서 이룬 사랑의 결실들은 그간 많은 개신교 신자들로 하여금 가톨릭 형제의 사랑을 믿게 하고 가톨릭 교회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모 종합병원 수간호사로 일하던 한 회원은 20년 가까이 자신을 적대시하던 개신교 동료를 한결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모임으로 이끌었고 그 자녀들까지 포콜라레 운동에 함께 하도록 만들었다.
포콜라레 운동 한 관계자는 『일치운동은 그리스도안에서 참으로 한 형제 자매임을 재발견하는 것』이라면서 『일치는 거룩한 것으로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것이며, 우리 각자는 단지 매일의 삶 속에서 그분의 계명인 「서로 사랑하라」 를 실천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 포콜라레(마리아 사업회) 운동은 「모든 이가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한 17, 21)란 말씀의 가르침대로 종교에 관계없이 삶 속에서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일치 운동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일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누구를 찾느냐」를 주제로 열린 「슈퍼 3젠 대회(Supercongress Ge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