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례를 위해 신자들이 모인 날은 「주님의 날(주일)」인 「주간 첫날」이었다(1고린 16, 2 사도 20, 7). 유다인들의 날자 계산법에 의하면 토요일 일몰에서부터 일요일 일몰까지가 「주간 첫날」이었기에 신자들은 성찬례를 위해 토요일 저녁에 모였으리라 추측된다(사도 20, 7). 왜냐하면 신자들이 저녁에 모이는 것이 편리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이루신 것이 저녁때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최후만찬의 양상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초기 교회 성찬례는 그 의미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과거의 예수님의 사건을 되새기는 축제였다(1고린 11, 24~25). 1고린 11장 26절에서 바울로 사도가 고린토 신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의 사건 중에서 특히 그분의 죽으심을 기억하는 축제였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초기 교회의 성찬례는 예수님의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회상제(回想祭)」라고 할 수 있다.
▲ 빵과 포도주 초기 교회 당시에는 성당이나 공소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어느 부유한 신자의 가정집에 모여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주님의 기념제를 행하였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성찬례 때 빵과 포도주의 거룩한 표지를 통해서 현존하신다. 그런데 초기 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께서 이러한 표지의 탈을 벗고 당신의 본 모습을 실제로 환히 드러내실 날을, 즉 주님께서 다시 오실 날을 애틋하게 기대하였다. 고린토 신자들이 성찬례 때 자주 「마라나타」(우리 주님 오소서: 1고린 16, 22)라고 환호성을 지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실제로 그분의 모습을 뵙기를 바라면서 주님의 오실 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희망제(希望祭)」였다고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초대 교회의 성찬례는 어제의 예수님을 되새기고 오늘의 그리스도를 기리며 내일의 인자(人子)를 기다리는 축제였다 하겠다. 바로 이러한 의미가 오늘의 미사 전례의 환호에서 잘 반영되어 있다: 『신앙의 신비여,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希望)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回想) 주님의 부활하심을 굳세게 믿나이다(現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