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치료에서 사용하는 중요 개념 중에 하나가 순환적 인과관계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직선적 인과관계의 반대개념입니다. 직선적 인과관계란 원인에 의해 결과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왜』라는 물음이 중요하며, 결과보다는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원인을 찾아 비판합니다. 대개 부정적인 문제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태도인데 문제해결에 큰 도움은 안됩니다.
이러한 개념에 반대되는 개념이 순환적 인과관계입니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일어나는데 그 결과가 원인이 되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말썽 - 엄마의 야단 - 더 심한 말썽 - 엄마의 더 심한 야단』이라는 관계입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발견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순환적인 상호 작용 과정입니다. 상호작용의 과정이 문제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연결고리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생활 체계 안에선 존재하는 순환고리를 찾아내어 긍정적 순환관계는 살리면서 위에 나오는 예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새롭고 긍정적인 연쇄고리로 만들 수 있을 때 거기서 치료는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어떤 문제를 가질 때 그 원인만을 추적하는 것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부정적인 원인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원인은 자신에게 귀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순환적 인과관계란 개념을 통해 문제 자체보다 문제 안에 숨어 있는 관계와 과정에 주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문제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흔히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를 많게 하신 기적입니다.
이 기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혼인잔치와 포도주가 가지는 성서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인잔치는 오늘 1독서에도 나오듯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사이에 맺어진 계약을 상징하고 신약에서는 예수님과 교회사이의 새로운 계약을 혼인관계로 설명하기도 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포도주.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상징합니다만 예수님과 관계해서 주목해야할 의미는 메시아시대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 복음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오늘 복음이 가지는 속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혼인잔치에서 기쁨을 배가시키는 것이 포도주요, 그런 포도주가 떨어지면 잔치의 기쁨은 반감될 수밖에 없듯이 예수님 당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가 마치 포도주가 떨어진 잔치처럼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포도주를 많게 하셨다」란 사실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시아시대의 풍요로움과 기쁨을 가져오실 분이 누구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예수님으로부터 메시아 시대가 도래 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사가가 이 기적을 첫 번째 기적으로 우리에게 소개하는 이유도 시간적인 의미에서 첫째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의미 때문일 것이고, 교회가 세례주일 이후 첫 번째 주일 복음으로 이 대목을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 묵상을 마치면서 생각해볼 바는 이러한 기적에 함께한 사람들입니다.
여기에는 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종들에게 권고하는 성모님과 명령하는 예수님, 그리고 그러한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하인들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이 중 어느 하나의 요소가 기적을 직접 가져오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즉, 성모님의 말씀이나 예수님의 말씀, 그리고 하인들의 노동 그것이 기적의 한 요소이지만 기적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의 권고나 하인들의 행위는 그 자체만 분리해 놓으면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들이 상호작용을 할 때 거기서 기적은 가능했다는 점이지요! 이 사실이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 하인들의 행위와 같은 하찮은 우리의 행동들도, 예수님의 말씀과 상호 작용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때 거기에는 부분의 합 이상의 무엇, 바로 기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실천과 예수님의 말씀과의 연결』 이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인 동시에 새로운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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